[당신과 나에게, 씀]당신은 곳곳에 있었으나 단 한순간도 없었던 것이다
당신이 있다
부스스한 표정을 한 비좁은 사람들 틈에도
보이지 않는 기구한 자리싸움에도
하루의 무게를 가득 지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당신이 있다
이해할 줄 모르는 이에게 성을 내고
세상을 뒤엎을 듯 불안에 허우적대다
습관처럼 눌러오는 짐에 한숨을 내뱉네
담배연기처럼 폐에 스민 희고 독한 습관
어쩌면 그 무게
당신이 마땅히 지워야 한다며
떠안고 온 것은 아닌가
켜켜이 포장된 미안함과 감사함
다른 이의 웃음을 위한 무표정이 깊어지네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에
당신 자신을 위한 일이 없는 걸 알고도
한숨을 노래 삼아 흥얼거리네
자잘하게 내뱉은 숨의 끝을 밟으면서
그렇게 당신에겐 너무나 무거워서
다른 누군가에겐 덕분에 가벼웠을
오늘 하루 모든 순간
당신은 곳곳에 있었으나
단 한 순간도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