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공원 Gyeongui Line Forest Park
철길을 흔적을 따라 걷는 도시 속 공원
최근에 개원한 신상 공원 연남동 경의선 숲길을 걷던 날.
선형공원을 유독히 좋아하는 나의 취향 때문에, 가기도 전부터 설렘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지던 오후였다.
내가 좋아하는 공원은 보통 잘 알려진 한국의 올림픽 공원, 혹은 미국의 센트럴파크가 아닌, 한국의 아시아선수촌 공원, 미국의 브라이언트 파크, 하이라인 파크이다. 광활하게 넓고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대형공원보다는 스케일이 눈에 읽히고 손에 잡힐 듯 곳곳에 내가 닿는 스케일을 좋아하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선형공원을 답사를 앞둔 나에게 설렘이 충만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선형 공간을 좋아하지만, 공간 디자인 중 가장 각 안 나오고, 설계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콤팩트하게 디자인하면서도 긴 공간이 지루하지 않아야 하며, 디자인 방향과 계획의도까지 담아야 하는 까다로운 공원이다.
높은 빌딩, 많은 사람들이 있는 홍대역에서 시작하는 경의선 숲길은 홍대역과 연남동 구간의 마지막인 가좌역 부근은 정말 다른 경관을 제공한다. 시작 부근은 시끌벅적하고, 풍성한 도시문화를 느낄 수 있다면, 길의 끝으로 갈수록 숲의 면모가 보이는 공원으로 변화해가고, 이를 느끼는 것도 숲길을 걷는 묘미가 된다.
지하로는 공항철도가 지나가서 경의선 숲길은 인공지반에 조성되어졌지만, 철도가 깊이 건설되어 15m가 넘는 대형 수목과 긴 구간의 수공간으로 인해 자연지반에 조성되어진 다른 공원들과 다를 것이 없는 완벽한 공원이다.
경의선 숲길의 매력을 세 가지로 내 눈 높이에서 정리했고,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매력을 탐험해 보길 바라며,
매력 1 : 수공간의 3단 변신
6,3km 전구간에 실개천이 다양한 폭과 경관으로 계획되었다.
홍대역 부근은 하드엣지의 폰드와 실개천이 모던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어 잔잔히 흐르고,
공원의 중반부즘 지날때면 깔깔깔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친수공간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사고석블럭으로 포장을 해 포장자체가 미끄럼 방지도 되며, 경관적으로 통일감도 형성되어진다.
친수공간을 바라보는 보호자 휴게공간까지 계획된걸 보면서 세심하게 계획한 설계자의 의도가 상상된다.
변신의 마지막 변신인 가좌역 부근. 미나리, 띠와 같이 수생식물이 풍성하게 식재되고, 자연형 하천처럼 조성돼 도시 속 숲길이 재현되어진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효과로 청량감을 느껴서도 좋지만, 물소리에 맞추어 걸음마저 느려지면 마음이 한결 더 여유로워진다.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목을 축이는 모습이 내 눈길만 사로잡은 게 아닌가 보다.
매력 2 : 다양한 포장의 환상궁합
경의선 숲길의 디자인이 신선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판석, 블럭재 대신 평면이 상상되며 깨끗하고, 정직하게 놓인 PC(Precast) 콘크리트, 기찻길을 상상하게 하는 폐침목재, 철로석재 같은 사고석 포장 덕분이다.
다른 포장이 마주하는 면은 스틸로 잡아주어 철길의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답압이 많은 곳은 잔디면을 꺾어 보행로 잡아주는 세심함.
강양 조절이 잘되어진 다양한 포장은 공간을 풍성하게도 보이게 하지만, 약 10-60m 정도의 넓지 않은 선형공원의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걸을 수 있는 이유도 다양한 포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의 차이가 자연스레 길을 분리하고, 동선의 흐름도 정리해준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곳곳에 쉼터가 조성되고, 철길 테마를 갖은 공간이 보물 찾기 하는 것처럼 마주치게 된다.
매력 3 : 기차 철로
경의선을 테마로 한 공원이지만 철길을 재현해 놓은 곳은 오직 한 곳이다. 그래서 인지 이곳의 인기가 더욱 높고, 그 계획력이 참 시크하게 느껴진다.
답압에 견디는 잔디 제품이 박람회장에서만 봤지만, 시공된 사례를 보니 의외로 풍성하게 잘 자라 견디고, 잔디 사이 철길 줄눈은 공간을 하나로 통일감 있게 보여준다.
답사모드를 잠시 접고,
흔하지 않는 철길에 나도 올라서 본다.
뒤뚱뒤뚱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신기한 철길이다.
내년 5월이면 숲길 전 구간이 완성된다.
다양한 포장재료가 한데 있는 공간에도 조각조각이 한 작품으로 보이는 공원이다. 다른 구간의 공원들도 개원하면 하나씩 방문해봐야지. 새로운 공원을 곳곳이 알아가는 기쁨도 크고, 숲 길을 걷는 내내 근교로 나들이 온 것 같아 행복한 기분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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