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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y 24. 2022

음악적 이야기

오페라

예술가곡이 시의 운율과 시구를 통해 인간의 정서를 노래한다면, 오페라는 비극과 희극의 인간사를 서사적으로 풀어나간다. 굴곡진 인간사는 때로는 레치타티보(recitative)의 강렬한 어투로, 때로는 아리아(aria)의 유려한 선율을 통해 펼쳐 보인다.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은 막(幕, act)과 막을 만들고, 장(章, scene)과 장을 통해 전개된다. 또한, 실제를 방불케 하는 무대와 의상은 객석과 무대라는 공간적 간극만 있을 뿐 물리적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오페라는 음악, 춤, 대본, 연기, 무대 장치, 의상, 조명 등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장르이다. 그래서 오페라를 종합예술작품으로 부르기도 한다. 오페라(Opera)는 16세기 말엽 이탈리아 피렌체 지역, 메디치가(Medici)의 바르디 백작(G. de' Bardi, 1534-1612)의 주도 아래 시인이자 오페라 대본가 리누치니(O. Rinuccini, 1562-1621), 가수이자 작곡가 페리(Jacopo Peri, 1561-1633), 작곡가이나 저술가 카치니(Giulio Caccini, 1551-1618), 루트 연주자이자 작곡가 빈센초 갈릴레이(V. Galilei, c.1520-1591) 등등 인본주의 음악가와 시인, 철학자, 학자들이 고대 그리스 비극을 연구하고 재현하는 시도에서 만들었다. 이들은 이 모임을 카메라타(Camerata)라 불렀다. 초기에 오페라는 ‘음악적 이야기’(Fabola in Musica) 또는 ‘음악에 의한 극’(Drama per Musica)으로 불렀다. 누가 채택했는지 알 수 없으나, 1639년 이후 시와 춤, 음악이 결합한 음악 장르를 일컫는 Opera라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기 오페라의 형태 ‘음악극’은 왕이나 귀족들이 주최하는 축제나 의례를 위해 만들어졌다. 극의 소재는 대체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이 사용되었다. 카메라타 회원이었던 리누치니의 대본에 페리가 작곡한 첫 ‘음악극’ 〈다프네〉(Dafne 분실)와 〈에우리디체〉(Euridice, 1600 현존하는 첫 음악극), 사실상 첫 ‘오페라’ 작곡가인 몬테베르디(C. Monteverdi, 1567-1643)의 〈오르페오〉(L'Orfeo, 1607)가 그렇다. 초기의 음악극은 이후 정가극 혹은 멜로드라마 오페라라고 불리는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 진지한 오페라)의 모체가 된다.


몬테베르디(C. Monteverdi, 1567-1643)

〈오르페오〉(L'Orfeo, 1607)

Rosa del Ciel  하늘의 장미여  


18세기 무렵 오페라의 새로운 장르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 즉 희극 오페라가 나폴리를 중심으로 발생한다. 오페라 부파의 출발은 오페라 세리아 작품이 상연되는 과정에서, 막을 전환하는 동안 두세 명의 배우가 우스꽝스러운 연기와 노래하는 막간극(intermezzo)에서부터였다. 막간극은 오페라 부파로 발전했고, 오페라 세리아의 인기를 능가하는 장르로 부상하였다. 그 첫 작품은 페르골레시(G. Pergolesi, 1710-1736)의 〈마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 1732)이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와 같은 희극 오페라는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Opéra Comique),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Ballad opera) 그리고 독일의 징슈필(Singspiel)과 유사하다. 각 장르의 대표적인 작곡가와 작품은 페푸쉬(J. C. Perusch, 1667-1752)의 발라드 오페라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의 오페라 부파 〈피가로의 결혼〉(The Marriage of Figaro)과 징슈필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1791)가 있다.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

징슈필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1791)

Pa-Pagena! Pa-Pageno! 파파게나, 파파게노


19세기 오페라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 혁명을 겪으면서 이전 시대와는 다른 형태로 변모한다. 오페라의 소재는 고대 신화나 영웅의 이야기보다는 자유·평화·박애와 같은 이념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같은 소박한 인간상이나 전설,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 부상하게 된다. E. T. A. 호프만(E. T. A. Hoffmann, 1776-1822), 샤미소(A. von Chamisso, 1781-1838), 괴테(J. W. von Goethe, 1749-1832), 야코프 그림(J. Grimm, 1785-1863)과 빌헬름 그림(W. Grimm, 1786-1859)의 그림 형제, 빅토르 위고(V. Hugo, 1802-1885), 알렉상드르 뒤마(A. Dumas père, 1802-1870), 찰스 디킨스(C. Dickens, 1812-1870) 그리고 구스타프 플로베르(G. Flaubert, 1821-1880)가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19세기 대표적인 오페라 작품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 도니체티(G. Donizetti, 1797-1848)의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1832), 벨리니(V. Bellini, 1801-1835) 〈노르마〉(Norma, 1831)와 〈몽유병자 여인〉(La sonnambula, 1831), 베르디(G. Verdi, 1813-1901)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1853), 푸치니(G. Puccini, 1858-1924)의 〈라 보엠〉(La Boème, 1896)과 〈토스카〉(Tosca, 1900), 프랑스의 샤를르 구노(C. Gounod, 1818-1893)의 〈파우스트〉(Faust, 1859), 죠르주 비제(G. Bizet, 1838-1875), 〈카르멘〉(Carmen, 1875)과 독일의 베버(C. M. von Weber, 1786-1826)의 〈마탄의 사수〉(Der Freischütz, 1821)와 그랑 오페라(Grand Opera)의 대가 마이어베어(G. Meyerbeer, 1791-1864)의 〈악마 로베르〉(Robert le diable, 1831)와 〈예언자〉(Le Prophète, 1849), 바그너의 오페라 〈방랑하는 네덜란드인〉(Der fligende Holländer, 1843)과 〈로엔그린〉(Lohengrin, 1850)이 있다. 특히 바그너는 자신이 고안한 음악극(musikdrama)을 통해 음악과 극이 통합된 고대 그리스의 극을 복원하려 했다. 이러한 그의 사고는 원활한 극의 전개를 위해 무한 선율 기법과 극 중 특정한 인물과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게는 유도 동기(Leitmotiv)를 고안했다. 그의 대표적인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시리즈, 즉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üre), 〈지크프리트〉(Sigfried), 〈신들의 황혼〉(Die Götterdämmerung, 1874)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 1865)가 있다.


도니체티(G. Donizetti, 1797-1848)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1832)

 Una furtiva lagrima 남몰래 흘리는 눈물


현재의 오페라계는 앞에서 언급한 선배 작곡가들의 오페라 작품에 의존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듯하다. 그렇다고 20세기에 작곡된 오페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쿠르트 바일(K. Weil, 1900-1950)의 〈서푼짜리 오페라〉(Dreigroschenoper, 1928), 베르크(A. Berg, 1885-1935)의 〈보체크〉(Wozzeck, 1914-1922), 조지 거슈윈(G. Gershwin, 1898-1937)의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1935), 쇼스타코비치(D. Shostakovich, 1906-1975)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Lady Macbeth Of The Mtsensk District), 한스 베르너 헨체(H. W. Henze, 1926-2012)의 〈고독한 거리〉(Boulevard Solitude, 1952), 필립 글래스(P. M. Glass, 1937-)의 〈해변의 아인스타인〉(Einstein on the Beach, 1975)와 〈아크나텐〉(Akhnaten, 1982), 진은숙(1961-)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07)가 400여 년의 오페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OPERA의 위상이 현재 어떠하든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 시대의 오페라 역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쿠르트 바일(K. Weil, 1900-1950)

〈서푼짜리 오페라〉(Dreigroschenoper, 1928)

Moritat von Mackie Messer(칼잡이 매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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