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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y 22. 2022

협력 관계란 이런 것!

  협주곡

귀에 익숙한 바이올린 선율이 상념을 잊게 한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번호 35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협주곡이다. 언제 들어도 그 감동의 여운은 한결같다. 협주 악기 바이올린 솔로는 곡예에 가깝지만, 서정적이고 애잔한 선율을 통해 그렇게 작곡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항변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음악은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밝고 풍부한 음색과 음향, 그리고 역동적인 리듬은 내면 깊이 있던 그 무엇인가를 끌어낸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음악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필자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다. 


차이콥스키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번호 35 


클래식 음악사에서 협주곡(Concerto, 協奏曲)은 17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기악 장르이다. 일반적으로 협주곡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악기와 관현악이 함께 연주하는 형태의 장르로서 협연 악기와 관현악단이 서로 ‘경쟁’하거나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콘체르토의 음악적 특징은 콘체르토의 어원, 즉 라틴어 conserere(묶다, 결합하다, 엮다)와 certamen(경쟁, 싸움)에서 잘 드러난다. 18세기 음악 이론가 하인리히 코흐(1749-1816)가 왜 협주곡을 독주와 관현악 간의 열정적인 “대화”로 묘사했는지 이해가 간다. 20세기 음악학자들은 콘체르토를 사회학적인 측면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음악학자 수잔 맥클래리(1946-)은 “개인과 사회의 극적 긴장”으로 협주곡을 정의했고, 조셉 커먼(1924-2014)은 계몽주의 예술가와 청중 간의 논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협주곡은 협연자 혹은 협연 악기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협연자를 ‘웅변가’, ‘익살꾼’, ‘논쟁의 리더’로 묘사되기도 한다. 한 작품 안에서 독주 악기가 표현하는 음악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협주곡 악장 구성은 보통 1악장 빠르게, 2악장 느리게, 그리고 3악장 빠르게로 속도의 변화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4악장 구조의 교향곡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연주자의 뛰어난 연주 기량이 이 수반되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는 협주곡은 연주자들에게는 도전적 과제이자 자신의 실력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르이다. 그래서 협주곡에서는 독주 연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카덴차(cadenza)가 있다. 이 카덴차는 1악장 악곡 끝 부분에 위치에 있으며, 작곡가가 써 놓기도 하지만 연주자가 카덴차를 작곡하기도 한다. 


협주곡이 발생한 이래 현재까지도 많은 협주곡이 작곡되었고, 그 특징도 시대와 양식에 따라 변모해 왔다. 가령, 17세기에 크게 유행한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이 그렇고, 18·19세기에는 뛰어난 명연주자들의 출현에 따른 독주 협주곡(virtuoso concerto)이 그 유세를 떨쳤다. 코렐리(1653-1713), 바흐(1685-1750), 헨델(1685-1759), 텔레만(1681-1767), 하이든(1732-1809), 디터스도르프(1739-1799), 보케리니(1743 -1805), 모차르트(1756-1791), 베토벤(1770-1827), 파가니니(1782-1840), 슈베르트(1797-1828), 슈만(1810-1856), 멘델스존(1809- 1847), 쇼팽(1810-1849), 리스트(1811-1886), 브람스(1833-1897), 사라사테(1844-1908) 등등 클래식 콘서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작곡가들의 협주곡이 그것이다.


디터스도르프(C. D. von Dittersdorf,1739-1799)

Contrabass Konzert No.1 in D-Dur  

콘트라베이스 협주곡 1번 라장조 

     

20세기에 작곡된 협주곡은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과 새롭게 만들어진 악기와 각 나라의 민속 악기, 그리고 상식을 깨는 악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노르웨이 작곡가 얀 에릭 미칼센(1979-)의 〈옹드 마르트노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sinfonietta with ondes Martenot), 강준일(1944-2015)의 사물놀이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마당〉(1983)과 〈풍물〉(1990), 중국 출신의 작곡가 탄둔(Tan Dun, 1957-)의 〈물 협주곡〉(Water concerto, 1999), 〈종이 협주곡〉(Paper concerto, 2003), 돌과 도자기 타악기를 위한 〈흙 협주곡〉(Earth Concerto for stone and ceramic percussion, 2009) 등등            


탄둔(Tan Dun, 1957-)

Paper concerto(2003) 

종이 협주곡 


클래식 음악사에서 비발디(1676-1741)는 협주곡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가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플루트, 비올라 다모레, 리코더, 루트, 만돌린 등 다양한 악기를 위한 협주곡은 물론이고, 500여 개에 달하는 협주곡의 수는 다른 작곡가들에 비교해 월등해 많고,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외에는 비발디의 곡을 듣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체르니(1791-1857), 샤를 발랑탱 알캉(1813-1888) 앙리 비에탕(1820~1881),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1835-1880), 모리츠 모슈코프스키(1854-1925), 레스피기(1879-1936), 벨라 바르톡(1881-1945), 카롤 시마노프스키(1882-1937), 프로코피에프(1891-1953), 알반 베르크(1885-1935), 보후슬라프 마르티누(1890-959), 아론 코플랜드(1900-1990), 하차투리안(1903-1978), 쇼스타코비치(1906-1975), 사무엘 바버(1910-1981), 필립 글래스(1937-), 존 아담스(1947-), 볼프강 림(1952-) 등등의 협주곡 역시 자주 접하기 어렵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연주 신동 출현과 유수 콩쿠르 우승자와 같은 좋은 기량의 연주자들도 많은데 말이다. 연주자들의 도전적이고 과감한 선곡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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