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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y 20. 2022

연주는 같이 해야 제맛!

교향곡

‘다채로운 음향의 향연’, ‘웅장함’, ‘숭고함’, ‘극적인 전개와 반전’, ‘대본 없이 듣는 음악극’, ‘역사적 기록’, ‘개인적인 심정 토로’ 등등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교향곡이 담고 있는 음악적 이야기는 풍부하다.


소리의 일치혹은 조화그리고 함께 울리다라는 의미의 Symphony는 그리스어에서 유래 되었다. 큰 규모의 기악 앙상블을 일컫는 오케스트라 편성의 교향곡은 보통 50명에서 100여 명의 많은 수의 연주자가 필요하다. 한 작품으로써 교향곡은 일반적으로 4개의 다른 특징의 장들(movements)로 구성된다. 가령, 주제 선율 제시·주제 선율 발전·첫 부분의 재현부의 소나타 형식과 빠른 템포(Allegro)의 1악장, 세 단락으로 구성된 3부 형식과 느린 템포(Andante)의 2악장, 춤곡 미뉴엣(minuet) 혹은 스케르초(Scherzo)의 3악장, 1악장과 같은 구성과 빠른 템포(Allegro 혹은 Presto)의 4악장이 한 벌로 구성된다. 이러한 템포의 변화는 각 악장 간의 역동성·서정성·경쾌함·웅장함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리고 자칫 악장 간의 대조적인 특성이 통일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비슷한 분위기의 주제 선율과 조성을 각 악장에 사용한다.


교향곡의 악장 구성은 일반적으로 4악장이지만, 2악장·3악장·5악장·6악장으로 구성된 작품들도 있다. 가령, 전체 2악장 구성의 모차르트(1756-1791)의 교향곡 10번, 3악장 구성의 모차르트의 교향곡 34번, 5악장 구성은 베토벤(1770-1827)의 교향곡 6번과 슈만(1810-1856)의 교향곡 3번(1850), 말러(1860-1911)의 교향곡 2번·3번·7번, 그리고 하이든(1732-1809)의 교향곡 60번과 말러의 교향곡 2번과 〈대지의 노래〉는 전체 6악장으로 작곡되었다.


고전주의 시대(대략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쯤에 발생한 교향곡(symphony)은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Eroica, 1804)을 효시로 19세기를 대표하는 대중적인 기악 장르가 된다. 교향곡은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리스트, 브람스, 차이콥스키, 브루크너, 말러 등등 19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에 의해 악기 편성이나 규모뿐 아니라 이전 시대와 다른 형태로 확장된다. 특히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전통적인 교향곡에 문학작품이나 미술 작품, 역사적 사건과 같은 음악 외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한 프로그램 교향곡(Program Symphony)의 등장이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의 ‘환상 교향곡’(1830)을 첫 번째 프로그램 교향곡으로 기록한다. 이 작품은 전체 5악장으로 ‘한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전체 연주 시간은 50여 분가량 되는데, 각 악장은 ‘몽상, 열정’, ‘무도회’, ‘들 풍경’, ‘단두대로의 행진’, ‘안식일 밤의 꿈’이라는 제목과 작품 해설이 있어 마치 영화의 장면 장면에 삽입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 van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3 in E flat major, Op.55 Eroica(1804)

교향곡 제3번 내림 마장조, 작품55 ‘영웅 


프로그램 교향곡과 같은 유형의 교향곡이 고전주의 시대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령, 프로그램 교향곡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1808) 역시 각 악장에 ‘시골에 도착하여 농부와 같은 감정을 환기하며’, ‘시냇가 풍경’, ‘농부의 잔치’, ‘폭풍우’, ‘목동의 노래, 폭풍이 지나간 후 행복감, 감사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당대의 출판업자나 후대에 붙여진 제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교향곡은 슈만의 교향곡 1번 ‘봄’과 교향곡 3번 ‘라인’, 차이콥스키(1840-1893)의 교향곡 6번 ‘비창’,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 4번 ‘낭만적’,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과 2번 ‘부활’, 드보르작(1841-1904)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등이 있다. 또한,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를 작곡한 고레츠키(1933-2010)와 같은 현대 작곡가들도 여전히 프로그램 교향곡을 작곡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 van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6 in F major, Op.68 Pastoral(1808)

교향곡 제6번 바 장조 작품번호 68 ‘전원


19세기 프로그램 교향곡의 또 다른 갈래는 리스트(1811-1886)가 창시한 교향시(Symphonic Poem)이다. 프로그램 교향곡과 같은 맥락에 있지만, 다른 점은 단일 악장의 교향곡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작곡가와 작품은 리스트의 12개의 교향시 ‘산 위에서 듣는 소리’, ‘타소, 비탄과 승리’, ‘전주곡’, ‘오르페우스’, ‘프로메테우스’, ‘마제파’, ‘축제의 소리’, ‘장례의 시가’, ‘헝가리’, ‘햄릿’, ‘훈족의 전투’, ‘이상’, ‘요람에서 무덤까지’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10개의 교향시 ‘이탈리아로부터’, ‘돈 주앙’, ‘맥베드’, ‘죽음과 변용’,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돈키호테’, ‘영웅의 생애’, ‘가정 교향곡’, ‘알프스 교향곡’, 드뷔시(1862-1918)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시벨리우스(1865-1957)의 ‘핀란디아’ 등이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 1864-1949)

Symphony Poem. Also sprach Zarathustra, Op.30(1896)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작품30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했던 ‘순수한’ 교향곡(Absolute Symphony), 즉 음악 외적인 아이디어를 배제하고 리듬, 선율, 화음, 악기의 음색 중심의 형식주의 작곡 경향은 낭만주의 시대에도 계속되었다. 일반적으로 순수한 교향곡은 표제가 붙어 있는 않은 교향곡으로 브람스(1833-1897)의 4개의 교향곡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는다.


19세기에 전통을 계승한 순수한 교향곡과 프로그램 교향곡의 두 흐름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모델로 더욱 확대된 것이었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1824)은 순수 기악 장르인 교향곡과 성악 장르인 합창을 결합함으로써 교향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는 베토벤의 ‘피아노, 합창,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1808)에서 그 뿌리를 찾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토벤 이후 말러의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1906-7), 앞서 소개했던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과 루치오 베리오(1925-2003)의 ‘여덟 명의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1968) 등 많은 작곡가의 작품에서 그 계보를 찾을 수 있다.


교향곡은 시대와 그 성격에 따라 ‘순수’ 교향곡, ‘프로그램’ 교향곡, ‘교향시’와 결을 같이 해 왔다. 21세기 현대 작곡가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교향곡은 어떤 유형의 교향곡인지 또 어떤 형태의 교향곡이 출현할지도 궁금하다. 알렉산더 스크라빈(1872-1915)의 교향곡 5번 ‘프로메테우스 : 불의 창시자’(1910)에서 음악과 빛을 결합한 ‘시각적 교향곡’(Visual Symphony, 필자의 명명한 용어)처럼......,


알렉산드르 스크라빈(A. Scriabin, 1872-1915)

Symphony No.5 in F minor Op.60 Prometheus, Le Poeme du Feu(1910)

교향곡 제5번 바단조 작품 60 ‘프로메테우스 : 불의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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