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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May 24. 2018

이건 딱! 통통 튀는 로드무비
"스탠바이 웬디"

제발 자폐 소재의 영화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보라!

 '드라마' 장르의 영화, 특히 장애인이나 여성인권, 동물에 관해 다루고 있는 영화라면 나는 무조건 거른다. 보고 울지 않으면 "피도 눈물도 없긴!!" 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일수록 더 싫어한다. 왜냐? 영화를 보고 울고 감정소모도 하고나면 피곤해지는데 그에 상응하는 진정한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영화는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탠바이 웬디는 반대의 지점에 있다. "이거봐! 완전 감동스러운 이야기지? 울어!!!" 이런 느낌의 영화가 아니라 "이런 여자애도 있어. 어때? 매력 터지는 아이지?" 이런 느낌에 더 가깝다. 게다가 웬디의 캐릭터는 돌직구 저리가라하는 직진형 캐릭터. 그러니 90분 간의 러닝타임동안 장애인 관련 영화가 아니라 그저 "웬디"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영화인거다. (다코타 패닝이 나이들었다는 것을 알지만 영화속에서 그렇게 사랑스럽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자폐를 겪고 있는 21세 웬디는 스타트렉의 "빠순이". 이 빠순이가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일종의 로드무비. 그런데 그 과정이 무섭고 힘겹지만은 않다. 통통 튀는 웬디의 매력을 쫓아가다보면 현실과 마주하기도 하지만 만화같은 장면도, 그리고 우리가 보고 싶었던 따뜻한 장면들도 만나기 마련이다.




 영화 내내 웬디는 장애인이라고 정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제대로 자폐를 앓고 있다고 설명이 나오는것은 매우 형식적이고 일부 뿐이다. 그저 이야기 쓰는 것을 좋아하며 매일매일 요일마다 정해진, 다른 옷을 입고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하는, 조금 특이한 여자애로 표현될 뿐이다. 게다가 뛰어난 천재인 것도 아니다. 그저 덕심으로 중무장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트렉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기길 염원하는 소녀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게 부담이 없다. 자폐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을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게 그리지도 않고 작위적인 코메디도 아니다. 그리고 웬디의 주변 사람들처럼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그 여정에 동참하여 응원을 하고 싶어진다. 그 과정에서 실망하는 일이 있기도 하고 황당한 일도, 좌절스러운 일도 발견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웬디는 스팍처럼 전진(forward)해나가니까.

+) 원제는 Please Stand by라는데 한국식 제목인 Stand by Wendy가 더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이런 초월번역의 경우가 흔치 않아서 감탄하면서 나왔다.
++) 심지어 포스터도 미국판 포스터보다 포스팅에 달아놓은 포스터가 영화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린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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