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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Dec 21. 2019

수동성과 주체성,
색종이 한 장의 관계

가인의 Pardise Lost 뮤직비디오 리뷰

#음악리뷰 #뮤비리뷰 #가인


나는 스토리를 해석해야 하는 뮤직비디오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여성 솔로 댄스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많지 않았다. 물론 솜사탕맛 뮤직비디오도 좋지만 간장게장처럼 물고 쪽쪽 빨아먹고 밥까지 비벼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뮤비는 흔치 않았다는 소리.


그러던 중 여수표 간장게장급 뮤비가 나타났다.


     가인의 Paradise Lost


성경과 관련되어 종교적 논란부터 선정성 논란까지.

예술의 영역과 사회적 영역을 둘 다 즐기는 나로서는 오랜만에 제대로 만난 퍼즐 같아 좋았지만 가수 개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대중 때문에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안타까웠다.



뭐튼 뮤비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가인이란 가수는 언제나 주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특히 섹슈얼한 분위기와 자신이 가진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백분 활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이슈화 시키는 가수. 화제성을 계속해서 이끌어 나가는 우리나라의 현재 남아 있는 여성 솔로 댄스가수 중에서도 스토리텔링 능력이 매우 탁월한 가수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삐리빠빠는 아직 내가 이해하기에 멀었으니 나르샤는 나중에 다시 이해하도록 해보겠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존재가 성경 속 이야기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주체성과 수동성의 분야에 있어서 화제가 안될 수 없는 조합이다. 필자는 종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성경에서는 규범??? 혹은 선과 악의 기준을 넘어선 존재를 여성으로 보는 데다가, 여성의 탄생마저도 남성의 갈비뼈를 빼서 만들었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여성은 주연이 아니라 조연, 아니 어떤 경우에는 엑스트라에 해당된다는 것쯤은 안다.

(참고로 지금 이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 아니니 어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능동성과 수동성 은색 종이 한 장과도 같은 관계에 있다.


양면 색종이는 뒤집어 접냐, 그냥 접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색이 달라진다. 그래서 접기 전에 미리 고민을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애다. (단면도 까딱하면 흰색으로만 되어서 낭패) 그러니 대상의 행동을 판단하는 시점이 어디냐에 따라서 능동성과 수동성이 갈리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인 셈이다.


예를 들어 사람과 사과의 관계를 보자.


You eat an apple. (넌 그 하나의 사과를 먹었다)

An apple is eaten by you (하나의 사과는 너에 의해 먹혔다)


이해를 위해 영어 문장으로 표현해보니 우리가 소위 *‘주어’라고 말하는 것의 정체*에 따라서 수동태냐 능동태냐로 나타낸다.


여기서 가인과 김이나 작사가 등의 어벤저스 같은 군단은 관점을 바꾼 것이다. 하와가 뱀의 꼬임에 넘어갔다는 수동적 관점이 아니라, 하와가 뱀의 제안에 응했다는 능동적 관점으로.




그렇다면 하와는 왜 뱀의 제안에 응한 것일까?


지능도 IQ하나만 따지는 게 아닌 이제는 다중지능 이론에 더욱 신뢰하는 세상이다. 하물며 지능도 그런데 사람의 욕망이 먹고 자고 하는(!?!) 것에만 있겠는가. 무엇이 갖고 싶다, 무엇을 체험하고 싶다, 새로운 세계를 알고 싶다 등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적 관점에서 하와를 바라보면 하와는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과 동시에 규범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그곳을 체험하고 싶다는 욕망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이 아닌 스스로 세우는 규범을 지니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기에 마지막 장면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두려움 가득했던 가인의 표정은 기존의 규범을 깨면서 오는 혼란스러움과 걱정으로, 나체로 뒤엉켜 있던 남성들은 기존의 규범과 다르게 행동하는 ‘별종’ 한 명에 대한 비난으로 나타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규범 뒤에 있던 새로운 세계가 빛이 되며, 그곳에서 점차 새롭게 자아를 형성해가는 가인은 미소를 띠고, 그러한 모습에 점차 사그라드는 여론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나체의 남성들인 것이다. (동시에 나체의 남성들은 가인처럼 도전할 수 없는 소시민을 나타낼지도..)


마스터피스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 나의 감상을 쓰다 보면 꼭 새삼 감탄하는 지점이 생기게 된다.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부분이 가장 확대가 된 뮤비였기에 그를 중심으로 해석하였지만, 사실 인간이 정해진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념을 확립해나가는 과정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째 물고 씹고 맛보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뮤직비디오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은 손가락이 향할 때 손가락의 끝을 보지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는 늘 왜곡되어 알려지며, 그것 때문에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이번 뮤직비디오도 발표 당시 창작자의 의도나 고뇌와 상관없이 해석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역주행을 하면서 새롭게 해석이 되었고 그중의 한 사람인 필자 역시도 이 뮤직비디오의 손가락 끝을 본 게 아니라 손가락의 방향을 본 리뷰가 되었길 바란다.





*! 모든 사진은 실제 가인의 Paradise Lost 뮤직비디오에서 발췌한 것으로 영리적 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님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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