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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Jan 28. 2020

당연하게 찌질했고, 당연하게 격려도 해주는 산문집

가볍게 혼자 공놀이 하듯 쓴 산문집 - 쓸 만한 인간 by. 박정민

2018년도에 필자는 미친 듯이 영화를 많이 보았다. 3 영화관 출석 도장을 찍듯 다녔고, 덕분에 시사회도 다녀오고 여러모로 ‘영화 관련된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그때 마침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인 ‘변산 개봉하였다. 변산이 개봉하기 , 미리 시사회로 영화를   동호회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배우 ‘박정민 글이 이야기로 나왔다. 당시 배우 박정민은 브런치에 영화 ‘변산개봉을 앞두고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글의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글을 읽으면서 킥킥거렸던 나는 떠올랐다.( 당시 사람들의 영화평은 그저 그랬던  같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영화  캐릭터 “학수 배우 박정민 그대로인  같다)


그리고 얼마 전 새해를 맞이하여 할일이 없었기에  교보문고에서 박정민 산문집 ‘ 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미리 말하지만 2020 구정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은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혹은 재테크를 목적으로 그곳으로 향하였겠지만, 나는  그대로 내가 읽을 재미있는 책을 위해서 갔다. 그리고 킥킥거리며 읽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서 즉흥적으로  박정민 산문집은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당연하게 찌질했고
당연하게 현실적이었다.
당연하게 격려도 해주는 .


나는  사내가 어쩜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찌질할  있을까에 대해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란다.

그래  찌질해! 그런데  어쩔 거야? 뭐든 어찌 되었든  잘될 거고 지금  찌질한게 문제겠어?

이런 말을 당당한  소리가 아니라 중얼거리듯 이야기한다. 그런데 연상되는 태도나 말투가  삐죽한 애들과도 같아서 미묘하게 억울한 , 자신의 찌질함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말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게 아니라 ‘킥킥’ 거리고 웃게 된다.

나는 사람들이 청춘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멀리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고, 실제로 가까이서 들여보면  찌질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원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던가?) 드라마  청춘들을 보라.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이번 달 월세에 부들부들 떠는 사람, 스마트폰 액정이 깨졌지만  수리비조차 아까워 원래부터 있던 무늬인 양 그냥 쓰는 사람,  먹고  다음날 수없이 많이 찍힌 전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보기도 전에 자신이 저지른 일을 떠올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던가? 드라마들은 참으로 적절한 수준의 찌질함만 보여준다. 우리가 적당한 판타지로 커버칠  있을 정도의 찌질함.

근데  산문집은 정말 힘을 빼고 있는 박정민의 의식의 흐름 그대로를 쫓아가며 현실성 찌질함을 보여준다. 당연한 찌질함. 그런데 그게  고깝거나 불편하지만은 않은 게, 개인의 일생에서는 잊혀지기 어려울 정도의 이벤트가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벤트 속에서 박정민이 느끼는 감상들은 찌질함 속에서 우리가 지나쳤던 감상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동시에 “온몸에 힘을 빼고 사는구나 느껴지는 의식의 흐름과 문체가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도록 한다.

차마 세련되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곤 못하겠다.(아마도  이유는 서점에서  책을 집어  다음에 들은 책이 박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네 친구의 일기장 같아 훔쳐보는 맛이 있다. 평소에 저런 생각하고 살까? 싶을 정도로 허허실실 시간 보내는 친구의 의외의, 그러나 납득되는 일기장. 그래서 지나가다 본다면 ‘ 잘 봤어요!’가 아니라 ‘일기장 잘 봤어요!’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산문집이다.


호흡은 길게, 몸에서 힘은 빼고.


근래에  에세이 (  없지만) 중에서 가장 찌질함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동시에 가장 부러운 삶의 태도가 담겨있었다.
진정한 고수야말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던데, 배우 박정민이  그래 보인다. 늦게 시작한 배우 생활이지만 지금 자신이 나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때가 되었을  자신의 시대가 오리라는 확고한 믿음까지 부럽다.

그래서 문체 자체는 자유로운데 박정민의 글에는 오묘한 힘이 있다. 다음장을 궁금하게 하는 매력과 흡입력.


선배의 조언을 이렇게나 충실하게 따르는 후배는 없지 싶다. ( 내용은 책의 내용을 참고하시라)


위로를 위한 위로로 어설픈 공감을 해주는 책들보다 오히려 오묘하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힘 빼고 싶어서.

에이씨 진짜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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