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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Feb 24. 2021

난 직장에서 예스맨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다

난 내 인생에게 예스맨이 되고 싶다

불과 한 달 전이다.

코로나지만 2021년만큼은 예스맨이 되어서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 그리고 작년에 비하면 훌륭한 예스맨이 되어서 다이어트도 운동도 한 달에 한 가지씩 도전해나가고 있다. 거절하는 표현보단, 귀찮다고 미루는 행동보다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가고’, ‘해보겠다’ 말하는 연습에 능통해지고 있다. 


이렇듯 나의 이전 글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혹은 이전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년 한 해를 도둑맞은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Yes’는 온전히 나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 내가 나 스스로 나를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 ‘Yes’를 선택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말고 ‘나’.


그런데 늘 그렇듯 문제는 직장에서 터지고 만다. 정확하게는 직장의 인간관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내가 속한 회사는 매년 12월부터 2월에 걸쳐 인사이동이 시작된다. 12월에 자신이 희망하는 보직 혹은 업무에 지원하면 2월에 확정이 나는 시스템. 물론 그 속에서도 연차가 쌓이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12월에 사실상 확정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 역시 12월에 확정이 나다시피 한 경우였는데, 문제는 2월의 어느 날 갑자기 2시간 만에 일방적인 통보로 나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업무로 배정받게 된 것이다. 


여기서 모두 한 번씩은 듣게 되는 멘트들과 관리자들의 특징. “그간의 정이 있어서 부탁하는 거야.”  “해줄 수 있지?” 사실상 이미 정해진 것을 통보하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가 부탁을 들어주는 형세’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고 이러한 ‘부탁’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한다던가 기억해주기 바라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그 순간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이 나를 예스맨으로 만들어버리며, 정작 내 인생에겐 예스맨이 아닌 내가 회사 조직에게는 열정적인 예스맨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난 후의 일은 '네가 하겠다고 한 일이잖아?'로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서 예스맨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불편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회사 조직을 ‘가족 같은 회사’라고 포장하고 싶어 하는 윗사람들에게 불편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임을 뜻할 것이다. 현실의 회사가 나의 ‘진짜 가족’을 대체해줄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에게 나는 그냥 ‘불편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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