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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Dec 08. 2022

내가 요즘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자세를 고치는 것은 오랫동안 나에게 큰 미션이다. 세상에 바르지 않은 자세로 사는 사람은 무수히 많고, 그렇게 살아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렇게 살면 아프기 때문에 자세를 고쳐야만 한다. 운동 선생님은 내게 책은 짐볼에 앉아 읽으라고 말했다. 독서량이 급격히 줄었다.


바른 자세는 지금의 내가 아직 잘 못하는 것이고, 잘 못하는 것을 오래 할 자신이 없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못하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줄인다. 꼭 앉아야 할 때는 앉는다. 이를 테면 밥을 먹을 때나 월드컵 경기을 볼 때는 앉아야 한다.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쓸 때도 앉아야 한다. 책을 읽는 것은 꼭 필수적인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건 한다면 조금 풀어진 자세로 느긋하게 하고 싶은 일이다. 침대에 기대거나 리클라이너에 앉아 보는 것이 익숙하다. 각 잡고 앉아 책을 보는 일이 나는 아직 많이 어색하다. 그래서 책을 쉽사리 손에 집게 되지 않는다.


책을 짐볼이나 책상 의자에 앉아 읽기 싫다는 이유로 일주일째 같은 책에 머무르고 있다. 아무래도 밤에 침대에서 읽다가 스르르 잠들고 싶은 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고 통증을 걷어냈다.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나의 습관을 찾아냈다.

‘몸에는 타협이 없어요’ 냉정한 INTJ인 운동 선생님은 내게 몇 번이고 말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소파도 내다 버린 지 오래다. 기대어 살지 않기 위해서다. 자세를 바꾸기 위해 환경을 바꿨다. 문제는 내가 앉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보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계속 노력하는 거야’

바르게 앉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누워버린다는 나에게 오빠는 그래도 순간순간 인지해서 바로잡으며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힘든 일이라고 말해줘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몸에 힘을 주지 않으면 금세 구부정해져 버리는 나는 앞으로 얼마나 노력해야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걸까. 언제쯤 짐볼 위에서든 책상 앞에서든 책을 읽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게 되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계속 두려워하다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침대에서 책을 보다 잠드는 달콤한 엔딩을 가져갈 수 없더라도, 나는 2번 방의 책상에서 책을 보다 졸리면 1번 방으로 뛰어가서 잠을 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짐볼에 앉아 책을 읽어야 한다. 시도도 않고 포기해선 안 된다. 힘들지만 계속 노력하는 거다.


불가능한 건 없다. 단지 어려울 뿐. 난 평생의 습관을 고치려 하는 거고 이건 어려운 일이 맞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오늘은 김금희 작가님의 크리스마스 타일을 마저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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