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관리에는 예방이 중요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 이겨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상담을 받는 일을 더 많이 해왔다. 스스로 고통을 감당하다 보면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 쉽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나눌 때 그들의 진심 어린 말이 때로는 상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i-ePv9Dxg7U
그렇게 나는 상담을 받게 되었다. 어느덧 상담을 받다 보니 5회기가 되었고 매회기 상담이 끝나고 나서 내주시는 과제들을 하고 있다.
오늘의 과제.
상처라고 생각한 문제들을 지금 현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써보기
상담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를 하면서 삶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써보았다. 목록들을 나열해 보면서 현재 느끼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적어 내려갔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Ak5c5VTch5E
나의 고통은 시련도 아니라고 과소평가 해왔다. 많은 시련들이 있었기 때문에 점점 무뎌진 것일까? 아니면 이런 것들은 별거 아니잖아, 이것도 못 버텨?라고 자책하며 축소시키려 하는 것일까. 선생님께서는 나의 고통과 시련에 대해 큰 공감을 해 주셨다. 충분히 힘들었고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셨다. 그제야 나는 아, 내가 겪은 일들이 힘든 일이었구나를 인지했다. 지금까지 나는 힘든 일들을 이겨냈던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상담을 받기 전 나는 분명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행동과 문제들이 수시로 나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 상처로 돌아갔다. 내가 못나 보이고 과거의 모습이 지금의 나라고 생각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eXV-LsWfCOo
목록들을 적고 현재 내 생각을 적어보면서 상처라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일도 있었고 상처로 인해 더 좋은 기회들을 얻거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들이었다. 나는 실패자라는 생각에 나를 가두었는데 반대편에 서보니 그땐 보이지 않았던 기회와 성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상처가 치유되었지만 여전히 상처 뒤에 숨고 싶었다. 왜 나는 자꾸만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마치 그곳이 나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힘들 때마다 그곳으로 데려가는 나를 발견한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2V5PJgGqyts
하지만 선생님께서 느낀 내 모습은 다르다. 선생님은 나의 과제를 보시면서 내가 상처가 치유되었다는 증거를 찾아주셨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옳은 방법일지 그 방법에 대해 고민했는데 그 자체가 이미 상처가 나았다는 것이고 상처를 치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해주셨다. 이미 치유가 되어 나와 닮은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맞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 걸 선생님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과거의 고통 따위는 충분히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는 지금의 나라는 걸. 그때의 상처에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큰 사람이 되어있다는 걸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문제들이 망치로도 깨기 단단한 껍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딱딱한 껍질이 아닌 뿌연 안개일 뿐이었다. 언제든 날이 개면 걷힐 수 있는 안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