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나 Feb 20. 2022

취준생이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어보았다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시작한 책 읽기



오 년 전, 삶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가 있었다.
나는 임용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여러 번 불합격으로 무기력과 좌절감이 상당했다. 지금 보면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건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 일이지만 그때는 알지 못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원래 몸이 안 좋았는데 어느 순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여러 병원을 밥먹듯이 다니면서 역류성 식도염, 복통과 위경련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6개월간 제대로 된 밥을 먹는 것도 어려웠고 여러 약을 복용하면서 지냈지만 쉽사리 낫지 않았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기력감만 커지고 방안에 거의 누워만 지내게 되었다. 이미 몸도 망가져있고 스트레스도 상당했기 때문에 쉽게 회복하지 못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고통스러운 6개월이었다

긴 인생을 보면 짧은 시기이지만 취준생에게는 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나 혼자 멈춰있고 고립되었다.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지고 삶은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나를 이렇게 방치하면 큰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나의 인생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게 되었고 그때 만난 한 문장이 내 삶을 바꿔놓게 되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이 한 문장으로 다시 일어섰다. 이런 시기를 보내고 싶지 않은 나에게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는다면 앞으로는 지금처럼 아파하는 일은 없겠구나.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F_cHIM0Kcy4

당장의 취업 준비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는 이유와 존재의 이유를 찾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빨리 나아야 해, 또는 당장 취업 준비를 해야 해라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누군가의 위로와 조언이 통하지 않았을 때 책을 통해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책을 좋아했던 나는 꾸준히 독서를 했지만 내 삶이 바뀐다거나 좋아지지 않았다. 그 문제는 책을 읽기만 했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삶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와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정말 내 삶을 다시 잘 살아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베스트셀러나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책,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의 책(당시에는 교육 분야),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책들, 심리적인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책들 위주로 읽게 되었다. 이때 읽은 책들은 종이책이었는데 시험 준비를 하듯이 절박한 마음으로 읽었다. 절박했기 때문에 책에 메모를 해가며 필사하고 가능하면 책에 있는 내용을 적용해보려 했다. 당시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기도 하면서 감사일기, 명상, 계획 세우기, 글쓰기 등등 루틴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문장들을 통해 늦어도 괜찮아, 여러 번 실패를 겪어야 성공할 수 있어,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 등 지금 나의 삶에도 의미가 있다는 타당성을 찾아갔다.


2017년 나의 책 리스트


세어보니 1년간 100권의 책을 읽었고 필사를 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책만 읽었던 시기가 다시는 없을 경험이라 소중한 시간이다. 좋은 책들을 읽어오면서 나의 가치와 신념을 돌아보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 읽은 책의 내용이 모두 기억난다면 거짓말이다. 또 그때는 내게 필요한 책이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중요도가 떨어진 책들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건 6개월간 책 읽기를 통해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배우려는 태도


자기 계발서의 단점들을 이야기할 때 자기 계발서는 항상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더라도 거기서 하나라도 배울 점을 찾고자 했고 그 문장을 새기거나 삶의 적용하려 했던 것 같다. 이때 배운 마인드가 지금에도 영향을 주어서 어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항상 무언가를 배울 점을 찾고 제 삶에도 적용하려 한다.

두 번째는 실패에 대한 관점


저는 실패 부자 일정도로 정말 많은 일을 실패해왔고 좌절감도 많이 겪어왔다. 실패할 때마다 초라하게 느껴지고 주변 사람들 또한 나를 측은하게 보지만 유일하게 실패에 대해 긍정적이게 말해주는 건 책밖에 없었. 많이 도전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고 젊었을 때 실패를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 등 실패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빅터 프랭클의 로고 세러피에서는 실패에도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이 와도 당시에는 힘들지만 내가 경험해봤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 이런 장기적인 시야가 생겼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1pAwJiCD60c

무엇보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이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실패와 시련이 찾아왔을 때 극복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시련이 와도 견딜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획득하였다. 6개월 동안 책을 몇 권 읽었냐 보다 왜 책 읽기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읽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에 따라 책을 통해 얻어가는 것도 많아지고 삶에도 변화를 느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무기력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