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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뤼 Aug 11. 2018

고퀄리티 대중 예술 영화, 공작

감독과 배우의 환상적인 절제와 조화로 걸작이 탄생하다!

윤종빈의 저력을 여김 없이 보여준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1)'을 통해 맛깔난 영화를 만들어 일약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충무로 대표 감독 윤종빈.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실력파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제작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며 한국 영화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문화예술가이다.

공백기간인 1년간 '공작(2018)'을 준비하여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 영화를 보며 느꼈던 긴장과 설렘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에 되새기며 들뜬 가슴을 추슬렀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다시 한번 하였다. 전 세계가 이목이 집중시킨 북 핵무기의 태동을 소재로 다룸에 있어 기획적인 면에서 하늘이 도운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이 유튜브에 올린 제작 영상을 보면, '안기부' 관련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황정민 님)'에 대해 알게 되고 흥미를 여겨 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박근혜 정권 시절 기획되었고, 탄핵(17년 3월 10일)되기 전인 17년 1월 24일부터 촬영을 시작했었다는 점에서 윤종빈 감독의 이 작품에 대한 욕심을 엿볼 수 있다.

가본 적 없는 지역, '평양'을 보여주는 장면은 제작진들의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관객들이 그 당시, 상황 속에 빠져들어 함께 숨을 쉬어야 한다. 의상, 소품, 배우들의 대사 등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가 보일 경우 그 최면에서 깨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공작은 윤종빈 감독과 제작진들의 수고와 노력이 결집된 작품이다. 실제 탐방을 갈 수 없는 북한 평양을 담아야 했기에 탈북자와의 인터뷰/감수, 북한 관련 영상/자료 등을 모아가며 준비했고 한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찾게 만든 영화 공작 제작기 영상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성도 높은 각색, 실력파 배우들의 총집합


공작에는 액션이나 로맨스가 없다. 숨 가쁜 총격신이 오가고, 미녀 스파이와 함께 위기를 돌파하는 미국 스파이 영화와 달리 탄탄한 플롯으로 짜인 스토리 안에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가득 채운다. 배우들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잠을 부르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영화 공작은 1993년 문민정부 시절, 북이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진위 파악을 위해 한국 정부가 북으로 보낸 스파이의 첩보 활동을 소재로 삼았다. 당시만 해도 북한 반공 교육과 뒷산 곳곳에 보이는 삐라(선전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삐라를 주어 경찰서가 가져다주었을 때 볼펜, 색연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북침에 대한 염려로 국가와 국민이 날을 세우던 때였다. 영화의 시작은 북한을 우리 삶을 위협하는 절대 적으로만 알고 지내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육군 정보사령부 소령 출신 박성영(황정민 님)이 중령 진급을 눈앞에 두고, 안기부 공작원으로 스카우트가 된다. 그의 첫 미션은 멀리해온 술을 달고 살며, 도박장/경마장을 오가는 것이다. 군인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돈에 환장한 사업가로 보이기 위해  군 동료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집안 곳곳에 압류딱지가 붙게 된다. 긍지와 신념으로 가득 찬 군인에서 돈벌이가 된다면 나라도 팔아먹을 해충 같은 인물로 타락했다고 북한 간첩들 눈에 보이는 것이다.

배우 황정민의 안기부 특수 공작원 흑금성과 서울무역 대표이사 박성영 역할을 오가는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대외적으로는 걸출한 사투리를 쓰며 능글능글한 얼굴로 돈을 밝히는 모습이지만 실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첩보 활동을 하는 노련한 스파이 '흑금성'은 누구에게 맡겼어도 황정민만큼 소화하기 힘들었다고 여기게 해주었다.


그리고 공작을 성공으로 이끈 또 다른 주연이 있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팔색조 매력을 뿜어대는 배우 이성민(리명운역)이 있다. 오랜 무명 조명 시절을 겪으며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 올린 실력파 배우답게 맡은 배역에 대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아 열연하며 그의 연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리명운이라는 캐릭터는 중국의 경제개혁을 본받아 쇠퇴하고 있는 북한 경제를 부흥시키고, 굶주려 어린아이를 10달러에 파는 치욕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 북한 엘리트 간부이다. 절제된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배우 이성민의 노련미에 찬사를 보낸다.

 북한 간부라고 오인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이성민의 외관은 분장과 의상 담당의 실력과 노력도 있겠지만 그의 연기 아우라가 받쳐주고 있기에 가능했다.


출연한 작품을 찾아보게 되는 배우 조진웅(최학성 역),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주지훈(정무택 역)의 당시 남과 북을 오가는 팽팽한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를 맡아 보여준다. 각 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실무 책임자 역할을 연기하며 남북 간 정치 온도 차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조진웅은 여러 작품을 통해서 이미 연기력은 검증을 받은 배우이다. 그가 나온 작품을 뒤늦게 찾아보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이다. 공작에서 조진웅의 역할은 북한 핵무기 보유 여부를 파악하고, 대비 전략을 세우기 위해 흑금성에게 지령을 내리는 팀장으로서의 역할과 안기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적대시해온 북한과 손잡고 선전 전략을 펼치는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한다. 학창 시절 은사님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실제 남과 북 실무자들끼리는 정보를 주고받으며 속한 조직을 위해 밀약을 주고받는다는 음모론적 이야깃거리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최학성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안기부 조직이 해체될 것을 염려하며 '빨갱이에게 나라를 넘겨줄 순 없잖냐'라며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을 펼친다. 국가를 위협하는 북을 멀리해야 하는 안기부가 조직의 생존을 위해 북과 오랫동안 손잡아 왔으며, 도발행위는 서로의 우익을 위한 쇼맨십으로 남는다. 실제 그러한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영화 속 이야기 흐름과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진웅의 최학성 역할 소화가 함께 있어 영화를 더 빛나게 했다.


북한 장교 정무택을 연기한 주지훈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흑금성을 적대시하다 본인의 진급에 도움을 주겠다는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규칙을 어기며 북의 핵시설 인근 탐방을 허용해주는 인물 심리 변화를 잘 소화해주었다.

꾸준한 연기활동으로 국내 유명 작품들에서 입지를 다지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인물관계도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정작


칸 영화제 포스터

공작은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정을 받았다. 황금종려상 같은 의미는 없지만, 칸이 불러줬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검증받은 것이다. 영화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 충분한 소구 거리이다.  그리고 실제 작품 또한 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 볼거리 위주였던 2017년 초청작 '악녀'와 비교해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가 될 수 있다 여겨진다. 영화 소식을 접했을 때, 마쵸 영화로 유명한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제작을 맡아서 '아수라'처럼 피가 난무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우려했던 점이 발생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탄탄한 스토리와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공작이 진심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사나이픽처스 필모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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