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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Dec 31. 2023

언제까지 SNS에서 아저씨를 봐야 하나요

그만해요 내 인터넷 친구들

당신이 그를 직접 지인으로서 아는 것이 아니라면, 특히 여자라면 정신 차려요.

아직 정확히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죽은 것이 안타깝다면

지금은 수사 당국과 언론의 행태에 대해 곱씹어 보는 것이 맞아요.

그 연예인의 범죄가 별 것 아니었다고

룸살롱은 누구나 가는 것 아니냐고 그의 잘못을 가벼이 할 일이 아니에요.

이 사건은 유튜브나 언론이 얼마나 쓰레기를 빠르고 무례하게 실어 나르는지에 대해 논하는 게 맞아요.

쓰레기를 만들어낸 연예인에게 면죄부를 줄 일이 아니에요.


대중에 대해 욕하고 싶어도 참아요.

그를 죽인 건 대중이 아니에요.

악플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좀 더 눈을 넓게 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자극을 즐긴 대중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에요.

그들을 단죄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고 이번의 쟁점은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에요.

이번에 대중을 욕하고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솔직히 너무 쉽고 단순한 사고방식이에요.

모든 연예인을 대중이 죽이는 건 아니에요.


혹시나 당신이 그를 직접 안다면

그래도 성매매를 옹호하지 않는다면 SNS에 추모글은 올리지 마요.

추모는 장례식장에 가서 조용히 부조금 올리며 하는 거예요.

원래 삶이 그래요, 인스타그램에 친구를 태그 걸며 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룸살롱 정도야 누구나 가는 거잖아’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이 카테고리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있지 않은가 싶어서 절망스러운 요즘,

부디 그 생각에 SNS에 공개적으로 올릴 만큼 떳떳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길 바라요.

시상식에서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에요.

최소한 그를 이런 생각으로 옹호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다고 믿고 싶어요.

아무렇지 않게 아저씨를 추모하며 ‘그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을 공공연히 퍼뜨리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너무 갈 길이 멀어요, 암담해요.


배우로서 아쉽다는 말은

지금은 그냥 속으로만 생각해도 괜찮은 정도의 중요도예요.

그 말이 그토록 중요한가요? 꼭 SNS에 올려서 공표하고 싶나요?

그 배우가 현생을 사는 모든 여자, 신의 있는 가족, 이런 사람이 이런 말들로 옹호받지 않도록 싸우던 모든 사람들보다도 중요한가요.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우리의 인생보다 중요하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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