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통번역사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소위 '전문 분야'가 있다. 프리랜서 통번역사들은 연말연시에 대대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추가된 작업 이력을 업데이트하고 에이전시와 공유하는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본인은 그때마다 신기하게도 매년 전문 분야가 추가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곤 담당 PM으로부터 '결국은 전부 다 (통번역) 가능하시네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어째서 햇수를 더해갈수록 통번역사로서 '전문 분야'를 꼽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까.
나날이 세상의 흐름은 빨라지고 기술이 발전한다. 그리고 그 흐름이나 발전에는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유행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매 순간 통번역사에게는 새로운 종류의 키워드가 던져진다. 그 키워드가 전기차, 4차 산업, 비트코인일 때도 있었고, 코로나 방역, K-컬처, 기후위기, 동물 복지인 때도 있다. 그리고 이 키워드의 수명은 제각각이다. 불과 몇 년 안에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주제도 있고, 시간이 갈수록 점차 세분화되는 것도 있다. 각 키워드에서 파생되는 분야와 주제는 다양하지만, 그 지속성이나 중요성을 예측할 수 없기에 새로운 키워드가 업계에 등장할 때마다 그에 관한 '얕고 넓은' 지식을 얻으려 노력한다. 신문 기사, 저널에서부터 전문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까지... 실제 어떤 채널을 통한 정보가 가장 정확하고 내 작업에 도움이 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아주 의외의 채널이 큰 도움이 된 경험이 있다. 전문가 인터뷰 동시통역 의뢰를 받고 통역을 준비하면서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자료를 숙지하고도 궁금증이 남아 구글링을 했다. 상대국의 법률적 근거, 전문가 양성 시스템, 경쟁사의 자료 등. 그러던 중 우연히 투머치 토커인 상대국 현직자의 유튜브 브이로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순수한 호기심에 별 기대 없이 그의 영상을 클릭했지만 의외로 그 채널에는문서화된 정보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최신 정보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그 모든 정보들은 통역 현장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디테일하게 다루어졌다. 그저 전문가가 썰을 푸는(?) 브이로그를 통해 단순한 말을 옮기는 통역만으로는 상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화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상황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가능했다. 우리말에는 없는 개념을 클라이언트에게 미리 분류해서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사전에 파악하고 있던 영문 자료만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내용들도 모두 낱낱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이후에는 의외의 소스도 그냥 봐 넘기지 않는 것이 내 업무 노하우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소스에서 쓸만한 진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프로검색러'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소스를 경험하고 비교해서 정보를 정제해내는 습관을 가지면 활자화된 정보의 보이지 않는 배경을 알 수 있게 되고, 음성 정보의 정확한 뉘앙스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쉬워진다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도 번역하고 통역을 준비하는 중에 검색하여 확인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