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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 Jan 10. 2022

영상 번역이란!?

05. 남의 말 맛 살리기

코로나 이전에는 유행처럼 외국인 패널이나 출연자가 등장하거나, 해외에서 촬영해 방영하는 TV 프로그램이 대유행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다양한 OTT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해외 TV시리즈나 영화, 영상물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또한 영상 번역과 그 오역, 번역의 품질이 평가되는 기사 또는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나 또한 이름이 알려진 영화 또는 영상 번역가가 작업한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작품 자체의 감상보다는 번역에 대한 궁금증이 앞서서 말이다 (물론 주로 내 전문 언어가 아닌 영어 작품이 대다수이지만). 예전에는 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만 외국어 자막이 달린 한국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와 함께 더 활성화되어가는 OTT 서비스가 그 수고를 덜어주는 느낌이다.

원래 영화감상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번역과 통역이 직업이 된 이후 습관처럼 '나라면 저 표현을 달리 번역했을 텐데...', '나는 전혀 생각지 못할 표현을 썼구나...' 등의 감상이 따라붙는다.




사실 영상 번역의 세계도 기술 및 문학 번역의 세계만큼 넓고 다양하다. 해외 TV시리즈, 드라마, 영화 자막 작업, 국내 제작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예능 프로그램 제작 중에 필요한 모든 번역, 국내 영화, TV 시리즈 등의 해외 상영 및 방영을 위한 자막 작업, 국내외 기업, 지자체 광고, 유튜브 영상 번역 등 그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정한 목적의 영상에 쓰일 내레이션 스크립트를 번역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의 첫 영상 번역은 모 방송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사용될 영상 번역 작업이었다. 이런 종류의 작업은 방송국에 직접 방문해서 원본 영상에 번역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가편집 된 영상을 이메일로 받아 번역하고, TC(Time Code)를 입력하는 작업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떤 툴(Tool)을 사용해야 할지, 실제 자막으로 삽입했을 때 읽기 좋은 문장의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 순수한 번역 작업에 앞서 준비하는 데만도 한참의 공부가 필요했다.

툴이 준비되고 그 조작법을 충분히 익혔다고 할지라도 다음 관문은 영상 자체에 있다. 국내 제작 프로그램에 번역이 필요한 경우, 번역사가 받아보는 영상은 대부분 후보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디오 싱크만 맞춰진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변 소음은 물론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 주변 공장의 기계 소리, 멀리서 들리는 웅성거리는 말소리, 아기의 울음소리와 같은 각종 소음 속에서 발화자의 작은 감탄사까지 모두 찾아내 번역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재택 작업에 비해 모든 카메라 영상을 다 확인해볼 수 있는 편집 현장에서의 번역 작업은 전혀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글보다 훨씬 함축적인 말(구어)의 뉘앙스를 살려 짧은 대사로 적어내는 작업은 텍스트 번역에 비해서 훨씬 많은 배경지식과 해당 언어가 쓰이는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해당 언어권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발생한 일부 오역 논란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든 우리말을 외국어로 옮기든 관계없이, 일상적 표현에서부터 심지어 비속어까지... 이러한 말 맛을 살리는 작업이 가장 난해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된 번역이 실제 방송에 쓰일지 말지는 말 그대로 온에어가 되는 순간까지 알 수 없다. 이 번역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자가 영상의 쓸모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참여했던 작업의 경우는 수일 동안 편집실에 출퇴근하며 작은 감탄사까지 번역을 했지만 예상한 바와 같이 비중이 매우 작았던 나의 언어는 방송상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엔딩 크레딧에는 번역사로 내 이름이 들어갔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 온에어 되는 방송 분량과는 상관없이 번역을 맡게 되는 매 작품에 대한 애정도는 늘 크기만 하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영상 번역이 존재하고, 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연습 방법이 무궁무진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음악, 배우/아이돌 등의 콘텐츠를 번역해서 자막을 입혀보거나 기존의 자막과 본인이 연습한 번역 내용을 비교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연습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연습을 통해 본인의 취약점이나 의외의 재능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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