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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SEY Jul 08. 2016

인간관계

답은없다


머릿속을 텅 비우고 싶을 때가 있다.
 
굳이 "왜?” 라고 묻는다면 삶이 팍팍 해서 낭만과 여유를 그릴 공간이 없다는 핑계쯤으로 해두자.
 
어찌되었든 매일, 매달, 매해 내 머릿속에 있던 것들은 무엇인가 곱씹어보니 8할은 인간관계더라.
먹고 사는게 이리도 팍팍한데 말이다.
 
인간관계에 의한 고민은 직접적 사건에 의한 것도 있고 간접적인 사건에 의한 것도 있는데, 두번째가 문제다.
 
나와 상대 간에 직접적으로 발생한 사건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치고 박고 싸우든, 무시하든 뭐가 되었든 내 감정 영역 중에 한구석으로 일단 처넣을 수 있다.
그것은 할당된 감정 영역 내에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다 종국에는 소멸한다.
 
그런데 나와 상대 간에 간접적인 사건의 의한 감정은 소멸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는데, 까닭은 사실이 아닌 정보는 사실이 되기까지 나를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뒷담화를 전달하는 자에 입장에서는 사실인 정보가 받아들인 자에 입장에선 겪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진실로 남게 된다. 사실이 되기까지 상상하므로, 이것은 결코 소멸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중병에 걸렸는데 지인이 병문안 와서는


#명순이가 너 아픈거 또 꾀병아니냐구 그러더라 호호
#아니, 아파 죽겠는데 정말 걘 왜그러니”
하면서 넘길 듯싶더니
이것이 그날 밤에 문득 떠올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픈 사람한테 문자 한통없이 어떻게 그러지?
무시무시하게도 자고 일어나서는 지난과거까지 떠올라 분노가 더 커져 있다.

#내가 지 힘들때 해준게 얼만데, 위로는 커녕...


생각이 의문이 되고

의문이 짜증이 되고

짜증이 분노가 되고

분노가 고독이 된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뒤섞여버린 이 감정은 실제보다는 상상의 결과물이다. 겪지 않았으니 상상할 수 밖에. 나 혼자 만들어낸 상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실체가 없고, 실체의 부재로 어디에도 표출할 수없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정말 답답하다.
 

이런 상황들을 수차례 겪은 사람들은 극복할 수없이 쳇바퀴도는 현실에 자기 비난적 성향으로 변하게 된다.


#난 왜이렇게 예민하지

#난 인간관계를 잘 못해

#난 사회성이 떨어져


이 탓에 온갖 자기개발서, 지침서, 하느님, 부처님 다 찾아서 극복해 본들 답이 있으랴.

책의 저자들은 단지 상상속에 만들어 낸 가짜감정과 진짜감정을 빠르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다르지 않다.

그들도 참는 것이지, 소멸시키진못한다.


지금 내 머릿속이 누군가의 뒷담화로 인해 복잡하다면, 뒷담화를 한 사람 탓도 아니고, 전한 사람 탓도 아니다. 내 탓은 더더욱 아니다.


잘잘못을 가릴수 없으니, 굳이 차오르는 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상대에게 표출하지 말고 누구나도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오롯이 느껴보자.

그렇게 느낀 감정의 크기와 종류로 인간관계를 나누어보면, 학벌, 성별, 나이로 정리한 인간관계보다는 유익하고 정리가 쉬울 것이다.


그래도 인간관계의 문제는 또 생기고,

누구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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