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James | Hard Time Killin' Floor Bl
노동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고, 세상에 존재하는 노동만큼의 새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법전에는 나오지 않는 노동, 관료들의 서류에는 적혀 있지 않은 모든 노동의 이야기를 할 수만 있다면, 다 모으고 싶습니다.
-6411의 목소리,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필자:
자활 노동자, 타투이스트, 웹툰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물류센터 노동자, 봉제 노동자, 프로 축구 4부 리그 선수, 게임 엔지니어, 영어 번역가, 성매매 경험 당사자, 화력발전소 노동자, 호텔 해고노동자, 기숙 학원 노동자, 어부, 농업미생물학자, 면세점 노동자, 대학생협 사무국장, 도축검사원, 초등학교 사서, 귀촌 청년, 대리운전 로동자, 소설가, 결혼이주여성, 성소수자 활동가, 초등학교 교장, 비정규직 노동자, 정신장애 동료상담가, 해고 예정 노동자, 이주 노조 활동가, 장애인 노동자, 배달노동자, 사회복지사, 가족 돌봄 청년, 장애인 재택근무 노동자, 재일 동포 3세, 발달장애인 취업지원센터장, 탈북민, 협동농장 농부, 예능 작가, 식당노동자, 폐지 수집 노동자, 캐디, 헤어디자이너, 가사노동자, 한국어 강사,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 자동차 영업사원, 농부, 택배사 아르바이트, 간호조무사, 여행사 대표, 출판노동자, 방송작가, 학교급식노동자, 동네 서점 대표, 건설노동자, 김용균 재단 대표, 홈리스행동 활동가, '마니또' 공동 운영진, 독립 공연기획자, 장애인 야학 교장, 요양보호사, 배우, 시설 지원 노동자, 청소노동자, 비영리단체 활동가, 콜센터 상담 노동자, 프랑스어 번역가, 퇴직자 노조 활동가, 공공도서관 사서, 주차 노동자, 대리운전노조 활동가, 인디밴드 멤버, 마루 노동자, 사회복지사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수 있고,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수 있다.
필자들을 적어놓고 나니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드러나야 할 목소리들이 있다는 사실에.
또 이런 우려가 들기도 한다.
한 번도 자신의 노동에 대해 '나는 과연 얼마짜리인가.', '언제쯤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일을 관두면 미래가 있을까'라는 식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로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이 책, 혹은 유사한 버전의 책을 접해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상태 그대로 남게 되면 어쩌나.
정작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은 투명한 노동자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나의 경우 투명한 노동자가 된 적도, 존재감이 있는 노동자가 된 적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에서 인정할 만한 직업이냐 아니냐.
일을 선택한 주체가 '나'임에도 직업관, 흥미, 적성과 같은 개인적 자질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사회적 위신만을 기준으로 평가를 내리는 시선들 앞에서
나는 노동의 껍데기라는 것에 일종의 무상함을 느꼈다.
무슨 일을 하든 중요한 건 본질이다. 노동이라는 껍데기 속 본질을 본다면 사람은 다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 인식 하나가 없어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항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누군가의 목소리는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가 않는다.
다 똑같이 사람이다.
그 사실을 까먹는 사람이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를 읽어야 한다.
>>>
♬Skip James | Hard Time Killin' Floor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