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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맘 Aug 16. 2019

책이라면 질색인 남자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여자

[독서 꽝 아빠와 독서광 엄마 - 독서 꽝 아빠 이야기 #1]


책이라면 질색인 남자


내 이름 세 글자와 연상되는 단어를 써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떠올릴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난 자동차와 함께 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도 자동차학교, 대학 전공도 자동차, 성인이 되어 직업도 쭉 자동차와 관련된 일만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긴 인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퇴직금으로 1.4톤 트럭을 구입하시면서 시작되었다. 그때는 동네에 차가 한두 대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시절이라 우리 집에 차가 생긴 건 동네에 친구들에게도 나에게도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나의 관심은 다양한 차들과 차의 세밀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중엔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 듣고도 차 이름을 맞추는 정도가 되어있었다.


그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책이라고는 일 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내가 매달 자동차 월간지가 나오는 날은 꼭 서점에 갈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어마어마했다.  잡지를 사 온 그날 저녁에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을 새 가며 읽었던 기사를 읽고 또 읽고 반복했었다.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고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제일 먼저 TV 리모컨부터 찾았다. 그러다 채널을 돌려가며 잠들기 직전까지 보곤 했었다.


 어디를 가든 인터넷과 TV를 찾았고, 이 두 가지에 얼마나 빠져 들었는지 침대 아랫부분에 책상을 두고 누워서 보이는 정면에는 TV 겸용 모니터가 데스크톱과 연결되어 있었다. 매일 저녁 TV나 인터넷을 하다가 잠들었고 매일 아침 기상과 함께 테스크탑과 TV를 동시에 켰었다


아마 그 당시 스마트폰과 YouTube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어 있던 시절이었다면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쓰고 있었을 것 같다. 직장인이 삶이 시작되고 나니 퇴근 후 TV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이랬던 내가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책’과 '서점'이라는 나에게는 신문물과 같은 것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여자


외출을 할 때 필수 품목인 휴대폰처럼 아내가 꼭 챙기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책이다.

 아내의 가방에는 언제나 한 권 이상의 책이 있다. 연애시절 초반 항상 책이 있는 가방을 보고 '무슨 책이냐'며 '독서를 좋아하냐'는 나의 질문에 이동할 때 어딜 가도 한 시간 이상의 되는 거리가 많다 보니 긴 이동시간 책을 읽는다고 했었다. 그 이후 괜히 아내의 환심을 사고 싶어서 나도 차 안에 책 한 권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다.


데이트를 하다 보면 서점을 약속 장소로 정해서 만날 때가 많았다. 그러다 어떤 날은 긴 시간 서점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 당시 참 이색적인 데이트를 하기도 했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이색적인 데이트라기 보단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이상한 데이트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데이트는 만나서 밥 먹고 얼굴도 보고 재미있게 같이 놀아야지. 이렇게 뚝 떨어져서 각자 책을 볼 거면 뭐하러 데이트를 하나' 사실 그 당시 불만도 조금 있었지만 섣불리 그 마음을 표현할 용기는 없었다.


책을 열심히 고르고, 읽고 있는 여자 친구였던 아내와 잠시 눈이 마주치면 세상 온화한 미소로 대답하며 서점 데이트를 좋아하는 것처럼 노력했었다.


그런데 참 신기했던 것은 독서에 흥미가 없던 나도 서점 이곳저곳 진열되어있는 책들을 보다 보면


‘어! 저책 재미있겠는데?’

‘이 내용 궁금하네, '

'와! 이런 주제의 책도 있네.'


어느새 한 권 한 권 책들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점을 나올 때 꼭 1~2권을 구매했었다.


그 당시엔 정말 집에 가자마자 바로 읽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집에 가서 그 책들을 꼭 읽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서점을 갈 때마다 ‘읽어봐야지’라는 마음에 사 왔던 책중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종종 아내는 데이트 때 내가 샀던 책이 어땠냐며, 무슨 내용이냐며 묻곤 했었는데 매번 나의 대답은 똑같았다

  

“아……. 아직……. 덜. 읽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매번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내는 나에게 독서를 강요하거나 크게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독서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지적으로 보였고 자기가 읽은 책 내용을 차 옆자리에 앉아 “오빠 내가 요즘 읽는 책에서~”라며 항상 재잘재잘 신나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예뻐 보이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사랑의 힘 덕분이었던 것 같다.


사랑의 힘…….



지금도 한 번씩 우리의 연애시절 서점 데이트를 돌이켜보면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 스스로를 어디로 데리고 가느냐, 어디에 머무느냐, 내가 누구를 자주 만나느냐,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느냐가 참 중요 하구나 하고 말이다.

  

책과 독서는 먼 나라 이야기인 내가 지금은 항상 가방 안에 책 한 권을 빼놓지 않고 다니는 사람으로 변해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읽고 싶었던 책을 본다. 심지어 여가시간이 생기면 마음껏 책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나를 두고 아내는 독서 꽝이 독서광으로 환골탈태했다고 놀리기도 한다.


독서라는 말에는 거부감부터 들던 내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었는지 앞으로 독서 꽝 아빠 이야기도 아내의 글을 통해 조금씩 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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