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꽝 아빠와 독서광 엄마 - 독서 꽝 아빠 이야기 #2]
“ 박 00님, 대장에서 보이는 것이 색상이나, 크기나, 경도가 일반적인 종용하고 다르니 입원해서 폴립 제거술을 받으셔야 합니다. 자세한 건 제거해서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하고, 제거 후 출혈이 있을 수 있으니, 3일간 입원하셔야 합니다.”
입원? 그것도 3일이나?
내 귀엔 수술이라는 말보다 3일간의 입원이라는 말이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부모님이 가까이 사시는 것도 아니고 어린 채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것은 무리라 3일간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병원에서도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그런지 오히려 가볍게 홀로 3일간 푹 쉬고 와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입원하는 날 아내는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 필요한 짐을 가방에 챙겨주었다. 병실을 배정받고 입실해 짐을 정리하는데, 가방 속에 책 한 권이 있다. 이런 순간에도 내 가방에 책 한 권을 넣어두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관리(이지성, 황희철 공저)라는 책이었는데 펼쳐보지도 않고 옷장 구석에 넣어두었다.
“박 00님~ 이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내일 오전까지 금식하셔야 해요.”
좋아하는 커피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병실 밖을 나가는 것이 더 어색하게 느껴져 얼른 누웠다. 얼마 만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 병원이지만 편하다. 폴립 제거술을 하기 전 여러 가지의 검사가 더 있었다. 검사는 새벽시간에도 계속 진행이 되어서 입원 첫날은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TV도 보다가 스마트폰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스마트폰도 어느 정도 보니까 더는 새로운 내용도 없고, 슬슬 지루하고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병원 천창을 바라보다 갑자기 옷장에 던져두었던 책이 생각났다.
‘심심한데 책이나 읽어 볼까? 금식 중이라 배가 고파서 그런지 잠도 안 오는데 책을 보다 보면 지루해서 잠이 오겠지. 그래, 책 보다가 잠을 자야겠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야! 책이 왜 이렇게 재미있어?'
그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책에 대한 느낌이었다. 새벽시간 중간중간 검사를 하러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입원 첫날밤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내 생애에 자동차 잡지 말고 끝까지 다 읽은 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것도 한 번에 끝까지 읽은 것은 난생처음이다. 다음날 책의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가슴속에 끌어 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져서 다 읽은 책을 다시 한번 읽었다. 이번에는 감명 깊은 내용이나, 기억하고 싶은 내용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뭐지? 내가 왜 이러지?’
평소 책에다 줄을 그어가며 독서를 공부처럼 하는 아내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가 아내처럼 책을 읽고 있다니 잠시 내 모습이 낯설기까지 했다.
“박 00님~ 수술실로 가시겠습니다"
간호사분들의 안내로 수술실로 가는 침대에 누워있다가 잠시 잠이 든 것 같았는데 그 사이 대장 폴립은 깨끗하게 제거되었다. 경과를 보기 위해 하루 더 입원해 있는 동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거라는 걸 알고 넣어 둔 건가?'
'내가 병원에서 책을 읽을 거라는 걸 짐작했을까?'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읽지 않는 내가 어떻게 한 번에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거지?'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게 책에 빠져들던 그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독서 꽝이었던 내게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
아내가 몰래 넣어 둔
한 권의 책과 그 하루...
점점 더 아내의 생각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