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꽝 아빠와 독서광 엄마 - 독서 꽝 아빠 이야기 #3]
“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
찰칵!
역시 사진 찍는 건 참 어색하다.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려니 즉석에서 회원증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어준다. 책을 한두 권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도서관을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채현이 책을 많이 빌리기 위해 나의 도서관 회원증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말에 ‘NO'를 할 수 있을 만큼 간이 큰 남자가 아니다. 이러한 연우로 우리 가족은 같은 날 지역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게 되었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3장의 도서관 회원증을 받아 든 아내는 마치 돈이 나오는 카드라도 받은 것 마냥 신나 보였다.
“아니 돈 들어오는 카드도 아닌데 뭘 그렇게 좋아해?”
“여보 이 카드가 얼마나 큰돈이 든 카드인지 알아요? 아~ 정말 행복해~ 공짜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 유후~”
이렇게 아내의 지휘 아래 우리 가족 도서관 회원증이 만들어졌다.
“35권이네요. 모두 5월 13일까지 대여 기간입니다. 대출되셨어요. 그리고 박 00 님도 이번 달부터는 우수회원이세요. 대여권 수가 1회 총 10권이고 DVD 대여도 가능하십니다.”
‘우수회원.... 내 도서관 회원증은 주로 아내와 채현이의 책을 빌리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서관 우수회원이 되어 있었다.’ 순수한 나의 활동은 아니었지만 왠지 기분은 참 좋았다. 가족이 모두 우수회원이 될 정도로 아내는 정말 많은 책을 빌려와 읽고 있었다. 우수회원이 된 후로는 발레 공연이나 클래식 연주회, 뮤지컬 등 다양한 DVD를 빌려오는 모습을 보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새삼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대여온 책의 무게가 꽤 있다며 종종 책의 반납과 대여를 내게 부탁하곤 했었다.
적어준 책 리스트들을 들고 하나하나 검색해 찾다 보면 흥미 있는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 책을 찾다 말고 이 책은 어떤 내용인가 싶어 내 관심사의 책들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은 빌려오게 되었다.
채현이의 책을 반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 자료실에는 초등, 중, 고등부 책들 중 역사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만화 형식이거나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서 손이 가는 역사나 인물 만화 책들이 많았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많구나...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 이렇게 많을 수 있다니~~~ 이 책들을 다 공짜로 빌려 볼 수 있는 거네...’ 그 순간 아내가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고 왜 그렇게 공짜 돈이 생긴 것 마냥 좋아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서관 책 대여와 반납 부탁은 또 한 번의 아내의 치밀한 계획 중 하나였다. 그리고 환경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아내는 의도적으로 내가 도서관을 자주 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결혼 전 서점 데이트가 떠올랐다.
책들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나의 환경을 바꾸어주려고 한 것이다. 내게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 대신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던 나에게 그걸 알아챌 수 있는 환경 안으로 나를 보낸 것이다
사람은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든 어른이든 말이다. 변화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마음은 먹었지만 의지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작심삼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 먼저 자신의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내가 독서 꽝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환경의 변화였다.
벤저민 하디의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나의 독서 시작도 환경의 변화가 전제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다시 확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 벤저민 하디는 자기 계발 분야의 파워블로거이자 작가이다. 열한 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우울증에 빠진 아버지는 약물 중독자, 둘째 동생은 마약 중독자, 막내 동생은 자폐아인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환경을 잊기 위해 게임에 빠져 지냈고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전문대학에 다니며 식당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꿈꾸던 모습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무 살 되던 해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미국의 정반대 위치해 있던 교회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존의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일상을 살았던 저자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환경을 바꿈으로써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놀라운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멀리 떠나 있던 자신은 완전히 달라진 반면, 약물과 마약에 빠져 있던 가족,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친구들의 삶은 2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일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변화에 대한 의지나 태도가 아니라 ‘환경’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변화의 해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고통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익숙한 환경’으로부터의 변화라고 말했다. 동일한 노력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이 성장의 상한선을 규정하기도 한다는 글귀는 정말 크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독서를 시작하게 되면서 내가 변하고 있구나를 크게 느끼기 시작했을 때가 회사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이나 독서토론 행사 알림 메일을 내가 '클릭'을 한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선정도서를 읽고 독서토론 행사에 참여하기까지 했었다. 아직도 그 순간의 어색하면서도 신선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 감정과 여러 가지 느낌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중에 '그릿'이라는 책을 두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는 사람들 속 내 모습을 행사 사진으로 봤을 때도 기분이 참 묘했다.
선정도서도 공짜로 주고 참가 후 도서평과 토론 후기를 쓰면 5만 원 상품권도 주는 행사였다. 회사에서 이렇게 직원들의 독서를 권장하고 있었다니 새삼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회사는 직원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며 미니도서관, 독서모임, 독서토론 행사 등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변화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가 이렇게까지 투자하는 독서의 힘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업이 꾸준히 이런 투자를 할 정도의 힘이라면 나도 그 독서의 힘으로 한 번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변화의 시작이
책을 좋아하는 아내를 통해 조금씩 접하게 된
새로운 환경의 경험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의 경험.
현재 우리 부부의 독서습관이
사랑하는 채현이의 성장을 위해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고통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익숙한 환경’으로부터의 변화라고 말했다.
동일한 노력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이 성장의 상한선을 규정하기도 한다.
[벤저민 하디의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