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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닷 May 24. 2024

하버드대학교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바로 이것!

유명한 미국 유학원에서 안내하는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교의 입학안내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이 명문대에서 찾는 첫 번째 인재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여하는 인재'였다. 여기서 기여는 무한한 희생이나 뼈를 깎는 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 쓰임이 있는 자를 뜻한다. 성공이라는 것은 이 사회에 쓰임이 있다는 뜻이다. 쓰임이 가능하려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고, 자신의 시간과 감정을 통솔하며, 관계를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공익에 기여할 여지가 없는 사람은 어디에도 쓰이기 어렵다. 반대로 도움을 주는 사람 곁에는 언제나 일과 사람이 따르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기여하는 인재는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헤에엑~! 못해요! 못해!! 절대 못해요!!

아침활동 시간에 4, 5학년 후배들 교실에 들어가서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내 제안에 그림책 하브루타 동아리 아이들은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그림책 너무 재미있다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너희들끼리도 이렇게 점심시간에 읽잖아~. 이 재미난 것을 너희만 알면 되겠어? 선생님이 너희에게 공짜로 가르쳐 줬으니까 너희도 후배들에게 공짜로 맛 좀 보여주자~."

절대 못한다고 펄쩍펄쩍 뛰는 아이들 틈에 고요히 눈알을 굴리는 녀석을 두 명 발견했다. 

"잘 생각해 봐! 방금 너희들끼리 서로 읽어줬듯이 교실에서 읽어주면 되는 거야. 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질문만 몇 개 던지면 돼! 어때? 할만하지?"

두 녀석이 씩 웃는다. 됐다! 씨를 뿌렸으니 바지런히 물 주면 싹이 날 터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예 짝을 지어 서로 읽어주며 질문 주고받기 실습을 슬쩍 시켰다. 지들끼리 묻고 답하는 게 뭐 그리 웃기는지 선생님 놀이 하듯 하하 호호 요란하다. 

"잘하네~ 지금 아침에 '책 읽어주는 부모' 봉사가 1~3학년밖에 안 들어가잖아. 4,5, 6학년에서도 그림책 듣고 싶다는 요청이 도서관에 쇄도하고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 여기 이렇게 인재가 수두룩한데~"

물론 상당 부분 뻥이지만 내 연기는 탁월한 편이다. 갑자기 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해줘야 할 것만 같은 사명감에 눈을 뜬 녀석들이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 결국 5인의 재능기부자가 탄생했다. 


4,5, 6학년은 총  9 학급, 4명이 부족했다.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우리 인재들은 하브루타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봉사를 해 보겠다고 자원한 나머지 도서위원 9명의 교육을 시작했다. 바쁜 사서를 대신한, 이른바 봉사자 양성을 위한 멘토 멘티 시스템이 긴급결성 된 것이다. 자신 없는 아이들은 2인 1조로 봉사하겠단다. 도서위원 겸 그림책 하브루타 동아리인 아이들은 점심시간마다 내게 배운 대로 친구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아! 표지를 꼼꼼히 봐야지~, 책장은 쉽게 넘겨주는 게 아니야~~, 혹시 떠드는 애들 있을 땐 이렇게 하면 돼..."

뻥치고 연기하며 구슬리긴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6학년도 봉사해 주고 싶지만 같은 학년 교실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우니 학부모님들이 1,2, 6학년을 맡아 주시면 자신들이 3,4, 5학년을 커버하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아니 죽어도 못한다고 펄펄 뛰던 녀석들은 다 어딜 간 건지...  나보다 더 잘 가르친다! 나랑 할 때보다 더 즐거워 보인다. 실력이 아직 부족한 아이들도 보이지만 분명 곧 좋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자발적 배움과 나눔의 에너지는 언제나 강력하다. 


다음 달이면 개교이래 처음으로 전 학년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내게 배운 아이들이 친구를 가르치고,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후배들에게 또 배움을 나누러 간다. 뛰어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점심시간을 그림책 읽어주기 연습에 써버려서 힘들다는 찡찡거림도 들려온다. 고통 없는 성장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안 들리는 척 손에 마이쮸를 하나씩 쥐여주며 미소로 응원했다. 도서위원들은 올 한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작은 성공경험치를 쌓아나갈 것이다. 이 아이들이 바로 하버드가 찾는 '기여하는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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