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살아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이다.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스스로가 돈을 벌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나의 두려움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권고사직 직후 통장 잔고를 보면서 1년 동안은 이 돈을 모조리 까먹더라도 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이 다짐의 순간,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 보니 이번만 다짐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도 나는 1년을 참고 지내고, 다시 1년을 참고 지낸 세월이 몇 해가 더 있었다.
2007년에도 그랬고 2008년에도 그러했으며 2015년에도 그랬다. 각각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2007년에는 삼수를 결정해야 하는 힘든 결정의 순간이었고, 그때는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더라도 다시 한번 도전하자,라는 다짐이었다.
2008년에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으므로 휴학한 학교로 돌아가야 할 때의 부담감 때문이었다. 1학년 1학기로 복학하는 복학생이 이 세상에 나 빼고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조롱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내게 남은 방법은 다시 복학하는 것 밖에는 길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결정들이 내 인생의 방향을 가르는 일생일대의 일이었다.
2015년에는 취업한 회사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다. 그래도 1년만 참자고, 스스로를 무생물 바위라 여기며 참자고 했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런 어려운 순간들도 잘 이겨내 왔는데, 이번에도 결정만 해준다면 잘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나 자신을 믿는 일이 어렵다. 그래도 믿을 건 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