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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Apr 28. 2021

사람을 대하는 일 : 스토리텔러 선생님(2)

스토리텔러 선생님이 원하는 것

"컴퓨터 잘하겠네요? 잘됐다!"


왜  잘됐다고 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됐다. 그 얘기를 하기 전 스토리텔러 선생님은 긴 시간 동안 젊은 시절 얘기를 늘어놓으셨다.


사업을 했고, 잘됐고, 너무  잘됐고, 미국과 동남아 해외 여러 곳에 출장을 다녔고, 자주 다녔고, 그랬는데 사업이 망했고, 망하는 와중에 몸이 아파졌고, 큰 병에 걸렸으나 종교의 힘 덕분인지 나았고, 요양했고, 요양 후에 현재는 많이 좋아졌고, 젊을 때 해외 이곳저곳을 다녔다 보니 본인 나이 때에서는 영어를 꽤 잘하는 편이고, 영어를 잘하다 보니까  가끔이긴 해도 이 도서관에 외국인들이 올 때도 있으니, 도서관 안내데스크에서 일할 수 있게 보내줬다고 했다.


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물어보지 않았다. 스토리텔러 선생님이라고 내 나름의 이름을 붙인 것도 이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난 것이었다. 매우 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는 이해가 안 가기도 했지만  상관없었다. 본인 얘길 편하게 얘길 하는 분 같아서였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일정 부분은 꾸며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 특성상 기본적으로 남이 하는 얘기를 다 믿지 않는 탓도 있었다. 특히나 처음 본 사람의 이야기는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이 내 나름의 인생살이 방식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컴퓨터 잘하겠다'라고, '잘됐다'라고 했던 그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스토리텔러 선생님께서는 원래 컴퓨터 자체를 다룰 줄 몰랐으나 윈도우 10 다루는 방법은 배웠다고 했다. 컴퓨터로 많은 것을 하는 세상인데, 본인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해하셨다. 이 많고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어딘가에 올리고 싶기도 하고, 옛날이긴 해도 사업했을 때 그 고급 정보를 올려놓고 싶기도 한데, 그 방식 중에 하나가 '블로그'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본론은 '블로그'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 블로그요, 음.... 그.... "

갑자기 블로그에 대해 말하려니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블로그에 대한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다 보니 뭐부터 말해줘야 할지 고민됐다.


"음... 네이버 아이디 있으시죠? 네이버에 가입만 하면 생기는 게 블로그예요. 여러 가지 블로그가 있지만 네이버로 시작하시는 게  제일 편하실 거예요. 노트북 있다고 하셨으니까, 제가 여기 로비에서 체온 체크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잠깐이라도, 언제라도 알려드릴 테니 노트북 가져오세요. 바로바로 알려드릴게요. 사실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지만, 키보드로 작성하는 게 편하다고 하시니까... 노트북으로 알려드릴게요! " 


다음 날부터 나는 체온 체크하는 일을 교대로 하기보다는 같은 조 언니에게 몽땅 맡겨버렸다. 블로그를 알려드리고 싶긴 했지만, 그 외 나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은 조금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맞서서 불편하다고 말하기보다 피하고 만다.


그래도 왔다 갔다 하면서 선생님이 노트북을 가져왔는지 아닌지는 종종 여쭤봤는데, 그때마다 허사였다.


블로그를 하고 싶다고 하셨던 스토리텔러 선생님께서는 내가 도서관을 그만두기 전까지 딱 한 번 가져오신 적이 있는데, 블로그 시작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으나 막상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니 윈도우 사용법도 서툴렀다. 그래서 윈도우 사용법을  알려드리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어느 정도 윈도우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나서 블로그 시작하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지치셨는지  다른 얘기를 늘어놓으셨다, 그러다 내 퇴근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선생님, 노트북 왜 안 가져오세요, 알려드릴 테니 자주 갖고 오세요. 모르는 거 생기면 언제든지 물어보시고요. 자주 하셔야 늘어요. " 그 이후에도 나에 대해 이런저런 묻는 걸 멈추지 않으셨지만, 노트북 가져오시는 것은 멈추신 모양이었다.


스토리텔러 선생님 덕분에 그 나이 때 분들은 자신아 가진 무언가를 인터넷 세상에 내놓고 싶어도 젊은 세대만큼 잘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금방 피곤해하고 지치셔서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도 구체적인 방법을 떠올리는 게 힘들었다. 내가 갑자기 시니어 분들을 모집한다고 해서 장소도 장비도 어디서 구하나... 할 수 없는 핑계부터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도 스토리텔러 선생님은 다른 조의 언니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으신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랑 조금 달랐다. 상관없었다. 스토리텔러에겐 그것이 무기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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