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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Apr 29. 2021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면 하는 일

독박 쓰듯이 혼자 다 하셔야 하는 사서 선생님의 처지


"저 좀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처음으로 사서 선생님 중에서 한 분이 도움을 요청하셨다. 너무 신났다. 너무 신난 이유는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사서 선생님을 따라서 들어간 자료실에는 북트럭이 몇 개가 있었고 그곳에 새 책이 가득했다. 


"우와..."


북트럭에 가득 채워져 있는 새 책을 보자마자 기쁘고 설렜다. 새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벌써 풍기는 듯했다. 나는 새 책 냄새를 좋아했다. 그동안 도서관 이용자로서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새 책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설렘을 즐겼기 때문인지 보자마자 너무 좋기만 했다.


도서관의 희망도서라는 시스템은 자료실에 원하는 책이 없을 경우에 신청하면 2주 정도 후에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안내를 받곤 했다.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은 도서관마다 달랐는데, 회사랑 가까워서 자주 갔던 강남도서관은 5만 원까지 신청을 할 수 있어서 금액대가 높은 IT 책들을 실컷 신청해서 보곤 했었다.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몰랐다. 지금도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단순 노동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이제 알게 되었다.


일단,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바코드 스티커와 보안 스티커, 분류 기호 스티커, 청구 기호 스티커, 신간 스티커. 그리고 도서관 도장도 찍어야 했다. 도장 찍는 위치도 몇 군데 정해져 있었고, 책 중에 날개가 있는 책들은 날개가 벌어지지 않도록 양면테이프로 고정하는 작업도 해야만 했다. 그 날은 일하는 내내 스티커 붙이는 작업과 도장 찍는 작업만 했다. 사서 선생님과 함께.


새 책 한 권이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사서 선생님의 많은 수고와 정성스러운 손끝의 야무짐이 묻어야만 했다.


단순 노동은 시간을 빠르게 돌리는 듯했다. 1층 로비에서 체온 체크할 때보다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가 있었다. 게다가 퇴근할 때까지도 다 못 끝낼 만큼 책이 많았다. 나는 이제 그만 가봐야 하는데, 함께 다 못 끝내주고 가야 하니 사서 선생님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손을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면 이 책을 신청한 사람들이 하루 정도 더 일찍 받아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했다.  


예전엔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2주씩이나 걸리는 게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 와서 일하게 되면서 이런 사정들을 하나씩 알아가니까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독박 쓰듯이 혼자 다 하셔야 하는 사서 선생님의 처지가 안타깝기도 했다. 자동화 시스템이 있다면 좋을 텐데, 스마트한 이 시대에 이렇게 책에 스티커며 바코드며 사람 손으로만 붙여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 자동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기도 했고, 그래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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