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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May 07. 2021

집단에 꼭 한 명쯤은 있게 마련인 유형

나는 B의 마음이 다쳤을까 봐 걱정되었다.

A : "이걸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서 저한테 물어보면 어쩌란 말이세요"

B : "갈피를 못 잡는 게 아니고요, 이게~ 이렇게 맞게 했...!"


A : "하... 지금, 매뉴얼 다시 보세요!! 지금 매뉴얼 다시 보세요!!! "

B : (종이 소리가 나는 것 보니 무언가를 꺼내어 펼쳐보는 듯했다.)


(그러고는 이를 꽉 깨물고 짜증이 난 걸 감추려는 듯한 상냥한 목소리로... )
A : "이용자님~ 시간 좀 걸릴 거 같으니까 다른 책 보고 계시면~ 처리하고 다시 알려드릴게요~"




오늘 무슨 상황을 봤냐면, 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듯한 이용자분이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특별" 케이스였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뭐가 "특별"케이스냐면 도서관 회원가입이 순조롭게 안 되는 상황에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잘 되지 않자, B 사서 선생님이 A 사서분께 물어본 모양이다.


그동안의 내 눈치로 봐서 B는 A보다 나이는 많아 보였고, 이 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반면 A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고 이 도서관에서 꽤 오래 근무한 듯 보였다. 정규직과 계약직은 앉는 위치가 달랐기 때문에 나는 누가 정규직이고 누가 계약직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도서관의 이 자료실에 와서는 최대한 A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던 터였다. 잠깐 근무하는데도 A의 태도와 말투에서 느껴지는 거드름스러움에 거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별" 케이스 이용자의 문제를 B가 해결해주려다가 전자 시스템이 꼬인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B는 바로 옆에 앉아있던 A에게 물었다. 그러자 A는 한숨부터 크게 내쉬었다.


그 큰 한숨 소리 때문에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뽀시래기 시절 이것저것 질문을 했을 때 나의 선임들은 단 한분도 저런 식으로 한숨을 내쉬는 분들이 없었는데... 맙소사... 저렇게 누가 들어도 한심하다는 뜻을 내포한 큰 한숨을 내쉬다니.. 내가 마치 그 당사자 인양 민망하고 무안했다.


'갈피를 못 잡느니 어쩌니...' 내가 저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날 것 같다. 




도서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각 실에 근무하는 사서분들을 관찰해보니 대체로 이곳 분들은 분위기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었다.   


대체로 젊고, 말투는 상냥한듯하나 그 안에 따뜻함이 없고, 냉랭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걷는 뒷모습을 보면 힘이 없는 듯한 느낌으로 다니시는 분들이 있었다.


반면에 내가 인사할 때마다 같이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고 일거리를 분담해주며 미안함을 내비치고, 내가 끝낸 허드렛일에 대해 매번 고맙다고 해주시고, 자주자주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일러주며 커피도 매번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묘하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분들은 대체로 나이가 조금 더 있어 보였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이 두 가지 타입으로 선생님들 분위기가 나뉘는 것에 대해 나이의 많고 적음에서 묻어 나오는 친절함이 아닐까? 언뜻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인성이지 나이를 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상황이 벌어질 때 나는 반납된 책들을 서가에 꽂는 중이라 두 눈으로 직접 보진 않았으나 실내가 워낙에 조용해서 목소리가 퍼지며 다 들렸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상황, 분위기까지 모두 전해졌다.


B가 상황 설명을 하려 하면, A는 말을 가로막으며 단호박 같은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B 선생님이 주눅 들어 보이는 게 등 뒤로도 느껴질 만큼이었다.


잠깐 근무하는 내가 모르는 속사정도 있을 순 있겠으나, 나는 A의 태도는 단순히 상대방을 무시하고, 꼴값 지도 않은 권위를 내세우려는 태도로 느껴지기 충분했다.


왜 그렇게까지 역정 내며 말을 해야만 했을까? 본인이 이 업무에 너무너무 능숙하고, 게다가 근무 경력이 많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


오늘 목격한 상황의 결론은 그 "특별" 케이스 이용자의 중복 가입으로 인한 해프닝이었다. B의 잘못은 없어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B의 마음이 다쳤을까 봐 걱정되었다.


2020.10.13 화요일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시작한다면 이번엔 잘할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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