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대머리다. 양 옆머리가 풍성한 대머리다. 내 머리숱의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 짐작케 하는 양이다.
내가 태어나서 기억하는 모든 순간 아빠는 항상 대머리였다. 아빠는 아주 어릴 때부터 대머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들 정도로 머리 윗부분이 메꿔진 아빠를 단 한 번도 상상해볼 수가 없다.
아빠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술이 들어가면 달라지는 게 흠이었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면 말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아빠와 일상 얘기를 자주 나눠본 적이 없다. 대체로 요구사항이 있을 때만 말을 하게 됐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에 대해 상세히 적고 싶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아빠를 모르고 살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르겠다.
한 집에서 같이 살았지만, 우리 집에 아빠는 없었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는 내가 자고 있었고, 잠들었다가 뒤척이는 새벽이면 어느새 아빠가 집에 와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감쪽같이 없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새벽녘 아빠의 모습은 두 가지 모습뿐이었는데, 우는 것 같은 코골이를 하며 안방에서 자고 있거나, 거실에서 소주를 마시거나, 두 개뿐이었다.
아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어릴 때는 엄마를 통해 아빠를 알 수 있었다.
엄마에게 전해 듣게 된 아빠는 조금 왜곡되었다는 것을 성인이 됐을 때 알게 됐다. 알고나서부터는 아빠를 볼 때 엄마의 시점을 지우고자 했지만 아직도 다 지우진 못했다.
사정이 있어서 최근 3년 정도 아빠와 연락하지 않았고, 만나지 않고 있다.
오늘 퇴근길 지하철 옆자리에 우리 아빠랑 비슷한 아저씨가 앉았다. 그분이 눈치 못 챌 만큼 빠른 속도로 힐끔 봤다. 지하철을 내리려고 하실 때 다시 한번 더 빠른 속도로 힐끔 봤다. 그분의 모습에서 필사적으로 아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