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핫도그. 내가 ‘핫도그성애자’라고까지 부를 만큼 식전이든 식후든 핫도그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다.
여행 중 들른 오일장에서는 으레 복작스러운 시장이 그렇듯 꽈배기와 도넛, 만두, 호떡 그리고 핫도그를 팔고 있었고, 남편은 망설임 없이 핫도그 하나를 깔끔하게 해치웠다. 나는 소시지도 별로 안 좋아하고 튀김류도 제한적으로(?) 섭취하려고 주의하기 때문에 핫도그는 거의 사 먹는 편이 아니다. 남편이 하나 사 먹으면 한 입 먹곤 하는데, 하필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몸에 좋을 것 하나 없는 음식이라 속으로는 조금 못마땅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간식도 떡류와 빵류, 강냉이라 속으로만 못마땅할 뿐이다. 나의 부족함보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의 무언가가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다 보면 남편 자랑보다는 흉 아닌 흉을 보기 쉽다. 남편 자랑, 자식 자랑, 손주 자랑 등 지나치게 타인에게 하는 것도 실례이긴 하지만, 푸념 섞인 속풀이도 정도껏이지 그때뿐이다. 많이 안 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종종 읽게 되는 임산부 커뮤니티에서도 남편 욕하는 글 말고 남편 자랑 글 좀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은 이들이 속을 끓이는 듯하다. 그 글을 보니 나도 남편의 자랑거리를 더 들춰볼까 싶었다. 친구들 앞에서는 못하는 사소한 자랑거리들.
우리 남편은(자랑하려고 하니 곧바로 ‘우리‘라는 접두어가 붙다니)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잘 때 팔베개를 해 준다. 물론 자다가 각자 편한 자세를 찾지만, 보통 남편보다 늦게 잠드는 나여도 내가 침대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팔을 내 쪽으로 터억, 뻗어 놓는다. 연애 초반에는 일주일 정도 그렇게 하다가 서로 적응이 안 돼서 나도 잠을 잘 못 자고 남편은 어깨에 담이 오기도 했다는 후문.
우리 남편은 잘 자다가도 내가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나면 ‘응? 어디가?’ 확인하고 잠든다. 미처 깨지 못해 내가 잠자리에서 나간 줄 몰랐던 한 새벽에는 벌떡 일어나 집안을 휘젓고 다니기도 했다. 화장실 소리가 나는 걸 듣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간 남편에게,
“내가 새벽에 갑자기 어딜 가겠어, 왜 굳이 찾으러 나오는 거야.”
“마누라 어디 갔나 놀래서 그랬지.”
그리고 우리 남편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내게 큰 소리 한 번 낸 적 없고 본인이 짜증이 나거나 불만이 있어도 말싸움이 되지 않게끔 말할 줄 안다. 내가 실수하거나 쏘아붙여도 욱하는 법이 없다. 처음에 나는 나 혼자 싸우는 것 같고, 남편은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화가 나곤 했는데 돌아보면 남편이 되받아쳐 말하고 화를 내면 여린 편인 나는 더 절망했을 것 같다.
뭐가 더 있는지 조금 더 생각해 봐야지 더 이상 화면만 보고 있으려니 눈이 아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