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누나 May 14. 2024

이십삼일. 결정

참외샐러드


 참외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에 속한 적이 없었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며 지금도 그렇다. 딱딱하고 당도도 다른 과일에 비해 높지 않은 참외보다 말캉한 복숭아, 딸기, 무화과 그리고 당도가 치솟을 대로 치솟은 홍시가 내 스타일이다. 아빠가 엄마 좋아한다고 사 오시면 같이 먹었을 뿐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내가 직접 사게 되는 날도 생기더라. 아삭아삭하게 초여름을 알리는 듯한 말간 참외를 차갑게 냉장했다가 먹으면 이렇게 맛있네. 그냥 먹어도 달았지만 오늘은 직접 만들어 둔 리코타 치즈를 흩뿌려 발사믹 식초를 더해 샐러드로 아침을 챙겨 먹었다.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아침 싱그러운 한 접시가 기분 좋다.


식사를 마치고 뒤뚱거리면서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십오 분 정도 수업이 진행되자 이내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렸다. 이제 수업에는 내가 출산이 가장 임박한 회원이다. 나보다 주수가 더 되었던 사람들은 이미 출산준비 혹은 출산으로 수업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아직 임신한 티도 거의 안 나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산모들을 보고 내 배를 보니, 우리 아가 언제 이렇게 컸니? 그들보다 한 템포 느리게 동작을 따라 하면서 더 천천히 심호흡을 해 본다.


“회원님은 이제 내쉬는 숨에 수축이 아니라 이완을 해주셔야 해요! 자궁을 여는 연습이랍니다. “


해오던 호흡법을 달리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마침 온라인으로 신청해 둔 산모교실이 열려 카페에 혼자 앉아 클래스를 들었다.

가진통과 진진통을 구분해 진짜 진통이 왔을 때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부터 호흡법과 더불어 힘주는 방법, 그 힘을 주는 데 힘을 보탤 운동법 등 자연분만에 유용한 초산모를 위한 교육이었다. 자연분만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시도해 볼 생각이라 집중해 보는데, 설명해 주시는 이론대로만 아기가 나와준다면 좋겠다만.

임신 말기를 향하면서 분만 방법 결정이 최대 고민이었는데, 나는 허리가 약한 편인 데다 통증에도 예민해서 사실 임신 중기까지도 마음이 항상 수술 쪽에 기울었었다. 이전에는 자연분만은 진통뿐 아니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함, 산후 치질 등 힘들었단 얘기를 경험담으로써만 주변에서 들었을 뿐 어떤 장점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마찬가지로 수술의 힘든 점도 고려하지 않았었던 것 같고 말이다. 양쪽의 구체적 사실과 정보, 후기를 접하면서 누군가의 강요 아닌 내가 분만법을 결정할 수 있어 다행이다.

물론 내가 의지가 있더라도 어떻게 될지 아기가 나오는 날에나 알겠지만,

심호흡 연습 한 번 더 후후.

작가의 이전글 이십사일. 나의 중심에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