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스무디
날이 점점 더워지다 보니 오전부터도 시원한 게 먹고 싶어 진다.
임산부가 차가운 거 먹으면 안 좋다고 어른들은 누누이 말씀하시곤 하고, 나도 한여름에 따뜻한 커피를 고집해 왔는데 기초 체온 높은 임신 초기보다 더 고픈 상쾌함.
얼려두었던 아보카도와 검은 반점이 콕콕 올라와 당도가 높아진 바나나를 믹서에 넣고 우유 약간과 갈았다. 얼었던 아보카도라 얼음 없이 자연스럽게 시원하고 크리미 한 스무디가 뚝딱, 견과류 올려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디저트 같으면서 든든하다.
허리가 아픈지 며칠이나 지났기에 오늘은 좀 괜찮을까 싶었는데 스무디를 맛있게 먹고 일어날 때 또 삐끗, 아프다. 병원에 가봤자 약도 못 짓겠지만 아무래도 진찰은 받아봐야겠다. 약간 절뚝이며 걸어가려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를 건너뛰고 진료를 먼저 봤다. 증상과 통증 부위를 말씀드리고 출산이 임박해서 이에 영향이 있을까 싶어 불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의사는 허리 쪽을 한 번 눌러보더니,
"분만하고 싹 안 아플 수도 있어요. 혹은 더 심해질 수도 있고."
"...?"
엑스레이도 약 처방도 어려우니(엑스레이는 한 번 찍어도 무방하다고 하셨지만) 물리치료받고 쉬라고 하신다. 물리치료실에 갔더니 온찜질 말고는 전기치료와 초음파치료라 받기가 께름칙하다. 십 오 분동안 찜질만 하고 수납한 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이사오기 전 내원했었던 정형외과 선생님이 보고 싶어 졌다. 아무리 경미한 증상이라도 환자의 말을 경청하셨고, 나이가 어린 환자여도 존대를 꼭 해가시며 진찰을 하시던 진짜 의사. 몸의 구조를 설명해 주시면서 왜 아프고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환자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하시면서 물리치료와 약처방을 최소한으로 하셨다. 선생님에게 진료를 보면 약을 안 먹어도 나아지는 기분까지 들었고, 아래층 약국 약사님도 고개를 절레절레하시며 그런 의사는 또 없다면서 칭찬을 침이 마르게 하셨더랬다.
모든 직업이 어떤 직업관과 경력, 성의에 따라 아웃풋이 달라지겠으나, 거의 전적으로 의사의 의견을 일단 따르게 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가 운처럼 느껴진다. 나의 산부인과 담당의 선생님은 어느 정도의 공감력이 있으시면서 확실한 어법으로 진단을 하셔서 믿음이 가는 타입, 여태까지 검진 다녔을 때는 많은 생각을 안 했는데 선생님을 믿고 분만하러 가도 괜찮겠다는 안정감이 오히려 생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