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 갈비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혼자 있을 때는 혼자 있는 대로,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또 남편과 보내는 시간, 남편의 말과 행동에 따라 급변하는 내 무드.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귀엽게(?) 넘기곤 했던 것 같은데,
임신 후기니까 이런 거라고 무조건 이해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확실히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나는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불안함에 예민해지는 건 사실.
주말 오전, 먼저 일어난 남편은 소파에 누워있다가 내가 일어났더니 밥을 기다린다.
이렇게 배가 불렀는데 먼저 일어났으면 간단히 뭐라도 해 먹지 않고 내가 해주길 기다린 것 같아 아침부터 짜증이 좀 난다.
가라앉아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식사 후 설거지부터 청소기, 물걸레질, 가습기 청소까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같이 보다 만 영화를 마저 보자며 나란히 딱 붙어앉아있자니 기분은 금세 좋아졌다.
날도 좋은데 밖에 잠깐 나가고 싶다고 하니 남편은 귀찮은 듯했다. 나는 또다시 뾰로통. 남편은 곧바로, 어디 가고 싶은 데가 있냐고 물었다.
“어디든, 그냥 바람 쐬자는 거지.”
많이 걷지 않으면서 외출할 곳이라, 공연이나 전시를 볼까 찾아보는데 당일에 가려니 마땅한 게 없다. 내가 검색하는 사이 남편은 컴퓨터 게임을 켜서 신나게 하고 있길래 또 약간 짜증이 올라왔지만 이번엔 티 내지 않고 찾은 곳을 보여줬다. 근처 무료공연이 있었고 적당한 거리에 적당한 공연을 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연은 50분도 채 안 돼서 끝나 바로 집에 오기 아쉬워, 커피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남편이 카페에 오래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카페를 갔더니 역시나 남편은 커피를 거의 원샷하듯 마셨고, 나는 또 괜히 카페에 왔구나 싶어 말없이 내 커피잔 빨대만 하염없이 돌리고 있다.
그 사이사이 말하지 않았어도 오늘 하루에만 나는 남편에게 고마웠다가 서운했다가 든든했다가 실망했다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너무 남편에게 의존적이 되어가고 있나 싶은 생각에 나는 간혹 더 많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
내가 느끼고 표현한 만큼의 감정 롤러코스터를 남편은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무던한 그도 지칠 때가 있겠지.
서로를 조금씩 갉아먹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때때로 메타인지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