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오븐구이와 요구르트 소스
이슬이 비친 후에도 특별한 증세는 아직 없으나 마음은 싱숭생숭, 들뜸과 불안이 지난주보다 고조되어 뭘 해도 집중이 잘 안 되는 기분이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쓸고 닦고 정리하면서 가만히 있을 때 드는 불안정함을 이겨내 보는 중이다.
감자 두 알을 꺼내 깨끗이 세척한다. 굵지도 얇지도 않은 너비로 잘라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를 충분히 골고루 발라준 다음 오븐에 넣는다. 뒤집어 주기 전 파마산 치즈를 강판에 갈아 감자 위에 올려 한 번 더 구워 짭조름한 치즈가 바삭한 옷으로 변했다. 레몬즙과 다진 마늘을 섞은 요구르트 드레싱을 깔고 갓 구운 따끈한 감자를 올려 싱그러운 한 접시, 조금 귀찮다 싶었지만 나를 위해 차려먹는 몇 안 남은 여유로운 시간이라는 생각에 움직이게 된다. 천천히 디카페인 원두를 갈아 물을 끓여 내려 먹는 커피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큰 마트에 들렀다. 조리원에 들어가 있는 2주 동안 혼자 지낼 남편 걱정 아닌 걱정에 먹을거리를 해둬야겠다. 인터넷에서는 다 큰 성인이 겨우 2주 못 먹고살겠냐, 산모 본인 걱정 아기 걱정만 해도 부족하다, 누가 누굴 돌보냐 하는 말들도 많은 것을 봤다. 오히려 편히 지낼(?) 남편 먹을 것까지 준비해 놓고 가는 건 아내가 아니라 엄마 노릇이라며, 조금 격하게 말하는 이들은 마치 남녀평등에 어긋나는 일처럼 화를 내기도 했다. 뭐, 크게 토론을 할 거리까지 아닌 가정마다 사람마다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라 신경을 안 썼지만 말이다.
남편도 어차피 출근할 테니 간단한 아침거리와 몇 번의 저녁만 집에서 먹지 싶은데, 아무것도 없으면 대부분 배달음식일 터. 최대한 간편한 조리로 먹을 수 있게 새우 넣은 볶음밥을 1인분 양으로 소분해 냉동하고, 엘에이갈비 2킬로그램 핏물을 빼서 양념에 재워 마찬가지로 냉동해 둔다. 대용량 그래놀라도 샀지만 아침에 밥 먹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낫또와 김을 여러 팩, 금방 뜯어 비벼 먹고 갈 수 있게 해 뒀다. 남편이 평소 좋아하는 핫도그도 채워두고, 혹시 모를까 싶은 양념통에도 라벨을 하나씩 붙여둔다. 퇴근한 남편에게 설명을 해 주니,
“안 돌아올 거야..? 선녀와 나무꾼 같은데, 선녀옷 어디 갔어!”
오히려 많이 준비된 음식 창고를 보고 불안해하는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