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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Jun 03. 2024

출산일. 만남

첫 만남은 어려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 자연스럽게 진통이 오면 분만하기로 결정하여 오랜 진통을 견뎠으나,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안 되듯 출산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도 더디게 진행된 진통은 좀처럼 진통 간격이 줄어들지 않아 하루를 꼬박 집에서 버티다가 새벽 세 시가 넘어갈 때쯤 병원으로 향했다.

당직 간호사가 내진을 해보시고는 자궁구는 아직도 1cm 열렸지만 경부는 충분히 얇아져 바로 입원하자고 하셨고, 제모와 관장을 곧바로 했다. 해가 뜨고 시침이 7을 향해 갈 때쯤엔,


“그냥 수술한다고 처음부터 할 걸…”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간호사에게 언제든 수술이 가능하기는 하냐고 여쭸다.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요, 아기도 크지 않고 속골반도 괜찮아서 지금 수술하기 너무 아까워요. 촉진제 써서 진행을 좀 빨리 시키고 무통주사 놓을 수 있게 해 볼게요. “


응원에 힘입어(?) 마음을 다잡았다. 촉진제가 너무 잘 들어서 최소량을 썼는데도 진통이 극심해지면서 간격이 1-2분을 왔다 갔다 했다. 자궁구가 열리는 속도에 비해 이건 너무 빠르다 하셔서 촉진제 투여를 금방 멈췄고, 8시가 넘었다. 3cm가량 열린 상태, 무통 주사 준비를 하겠다고 하셨다. 주사가 빨리 이 고통에서 잠시나마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찰나,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앗, 하는 순간 또 한 번 왈칵.


주사를 준비하던 간호사가 다시 뛰어와서 확인했더니 양수가 터졌단다. 문제는 양수 색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원장님 출근하시면 보시도록 이대로 둘게요, 아무래도 태변인 듯해요.”


태변이라는 말에 고통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9시 출근 시간이 원망스럽다.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고 진통만 하는 30-40분이 힘겹게 지나갔고, 당직 의사가 내진을 하고 양수 상태를 확인한 다음에야 수술 결정을 했다. 자궁이 다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엔 태아가 태변을 먹을 위험이 크고, 이는 호흡기를 자극해 폐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본래 아기들은 출산 후 2, 3일 후에야 태변, 변을 보게 되는데 배속에서 하여 리스크가 생긴 것. 혹시 아가가 오랜 진통으로 힘들었던 걸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수술에 대해 빠르게 설명해 주시고 동의서를 작성하는 동안 수술 준비가 이루어졌다. 수술대로 가는 몇 걸음도 힘겹기만 했다.


오랜 진통이 허무하게 수술은 1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아기가 세상으로 나왔다. 허무했어도 고통에서 벗어나 마취를 했을 땐 사실, 나도 살 것 같았다. 태변이 좀 묻어 나오기는 했지만 기초 검사에서는 이상 없다 하니, 이도 천만다행이다.


“오전 열 시 삼 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도 눈물을 넘어 울음이 나왔다. 안도감이 가장 컸고 기쁨, 경이로움 그리고 마침내,라는 일종의 후련함 등 행복으로 감싸 안은 감정. 나는 목만 움직일 수 있었고 감정도 북받쳐 아가의 무엇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내 얼굴 옆으로 데려와 준 아가를 느꼈던 찰나의 순간은 영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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