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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Feb 21. 2020

'관종'은 될 수도 없는 사람

나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제목이 좀 자극적(?)인 것 같다. 그냥 최근을 지내면서 '아 나는 절대 관종은 될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해서 그걸 그대로 제목으로 옮겨보았다.


바로 이전 글인 '할머니의 사라다빵'이 소소했던 내 의도와는 다르게 다음 어딘가에 올라갔는지 며칠 동안 조회수가 정말 엄청났었다. 처음에는 순간 '아니 내가 뭘 잘못 썼나?' 싶은 마음에 괜히 쪼그라들기도 했었다. 소소한 글이니까 아무 일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좀 그 상황이 불편했다. 딱히 싫은 건 아니고 그렇다고 겁나거나 무서웠던 것도 좀 아니고 이건 불편했다는 표현이 딱 적절할 것 같다.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쓴 글이 하루에 만몇천명 이상에게 며칠간 읽히고 있었다. 그 파급력(?)에 새삼 놀라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 수도 있는 혹은 오히려 기쁜 일일 수도 있는 그 일이 나에게는 좀 불편한 일로 다가왔다. (신기한 마음에 조회수를 캡처해 SNS에 올렸다가, 그마저도 놀랄 일이라 바로 다음날 아침 그 캡쳐한 사진과 글도 없애버릴 만큼의 사건이었달까.)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하고 글을 써오고 있으면서도, 조회수가 늘어나자 덜컥 불편해지는 내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면서, 에라이 그래서 뭘 할 수나 있겠냐 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렇게나 타인의 관심을 불편해하는 사람이었나 싶어 좀 놀라기도 했었다.


단지 조회수일 뿐인데 그 숫자가 나에게는 단순히 그저 숫자가 아닌 전부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는 (과장을 좀 보태자면)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그 상황이 있고 근 20일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브런치에 거의 들어와 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브런치 피드에 올라오는 새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서랍에 발행을 기다리고 있는 글들이 4개나 있었음에도, 나는 그저 이 상황이 지나가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나 자신이 너무 웃기다. 이럴 거면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하지 말고 그냥 일기장에 혼자 일기를 썼어야지. 근데 또 그런 건 아니면서도 많이 읽히는 건 싫다니, 이게 무슨 청개구리 같은 심보인가. 광고 쪽 종사자인 남편은 이럴 때(?) 더 열심히 해서 유명해져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것이 바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인가), 난 그런 걸 원했던 게 아닌 것 같다. 아마도 현실 가능하지 않은 '적당히' 읽히고 싶다거나, '적당히' 알려지고 싶다는 뭐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아무리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가까운 관계가 많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내 성벽을 결코 부수지 않는 사람.


이제는 좀 잠잠해진 것 같아서 그간의 나의 마음들을 옮겨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관심'과 '애정'과 '인정'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욕구일 텐데, 그마저도 내 기준에 맞춰 적당히를 원한다. 주변이 조용하고 평화롭고 친절하기를 바라고, 불특정 타인에게 원치 않게 침범당하는 상황을 불편해하고 더 나아가서는 두려워하기도 한다. (좀 병적이지만 높은 조회수를 바라보던 일련의 나날들이 한편으로 나에겐 좀 침범적이기까지 했었다.) 새삼스럽게 나는 참 엄청 어렵고 까다로운 사람이네 싶었다.


그래도 역시 별거 없는 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는 감사하다. 댓글도 남겨주시고 하트도 눌러주신 분들은 더더욱. 정말 나조차도 여전히 다 알기 어려운 나 자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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