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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Sep 21. 2020

내 마음과 그 사람

그건 모두 내 마음에서 나온 것

상담자도 사람이기에 상담을 하다 보면 더 마음이 많이 쓰이는 내담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내담자가 있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부모의 마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도 여러 자식들이 있을 때, 그 아이들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니까. 단순히 편애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냥 이건 사람이니까 그런 거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부모라면, 내가 그렇게 다른 눈으로 상대를 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테고, 그 무지는 상대에게 작거나 크게 상처를 남기고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가게 되겠지.


그런데, 상담자는 상담자이기에 그럴 때 경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마음이 쓰이는 것도, 덜 마음이 쓰이는 것도 모두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일이니까. 누군가에게 내 마음이 더 혹은 덜 쏠린다- 싶을 때, 그때가 바로 경계 신호가 울리는 때이다.


이 내담자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뭘까, 덜 마음을 쓰게 되는 이유는 뭐지, 내 마음에 뭐가 일어나서, 나의 어떤 부분이 자극된 것일까, 그런데, 내 그 마음이 과연 상담에서 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까.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만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생각한다면, 그 돕겠다는 마음 자체가 선하다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치게 이상적인 세상의 이야기일 수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돕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 생각해야 할 것, 알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어떤 것이 상대에게 ‘도움’일지도 나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기에, 끊임없이 상대와 함께 알아가고 조율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자꾸 건드린다면, 내가 어떤 사람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지금 내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지 가만히 지켜보면 좋겠다. 차분히 바라보면 그 사람에게 유독 마음이 쓰이는 것도, 그 사람이 유독 밉게 보이는 것도, 결국은 모두 내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란 것을 알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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