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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Feb 07. 2021

클럽하우스?!

무슨 중세시대 사교모임인건가


어제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클럽하우스'라는 어플이 소개된 것을 보았다. "음성으로 하는 sns라고? 근데 아무나 가입을 못해?" 뭔가 신기하고 신선했다. 이런 어플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아직 한국의 이용자는 많지 않은 것 같았고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하지만),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폰에서만 가능하고, 이미 클럽하우스에 가입된 사람의 초대를 받거나, 서로의 연락처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클럽하우스에 가입되어있으면 승인 절차를 거쳐 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인싸(?)의 삶과는 아주 거리가 먼, 집순이 of 집순이인 나는 당연히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단 급한 마음에 어플부터 깔아 정보 입력을 먼저 해놓고 어떻게 하면 가입할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페이스북 (외국) 친구  하나가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는 포스팅을 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친구의 친구 초대로 겨우 가입에 성공! ... 이렇게 어렵게 들어가야 하는 곳인 건가...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관심 있는 필드에 뜨는 사람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팔로우하는 것으로 시작을 했고, 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 처음 방으로 발을 들여보았다.


무슨 메타버스? 마치 컨퍼런스를 하는 것 같은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들어보기도 했고, 집에서 노는 사람들의 모임에도 들어가 보고, 동화책을 추천해주는 방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명으로 어플을 사용하고 있었고, 추천인이 내 페이지의 아래에 적혀있었다. 자신의 사진이 있는 사람도, 다른 사진을 걸어놓은 사람도 있었고, 정말 목소리만으로 소통을 하는 그런 곳이었으며, 마치 강박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다른 sns와는 반대로, 기록 자체가 불가능한 어플이었다. 모든 대화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방이 닫히면 사라진다. 녹음 어플을 사용하면 경고음이 뜨고 강퇴를 당할 수도 있다는 글을 보기도 하였다.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조곤조곤 새벽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따뜻한 분위기로 방이 마무리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방금 전에 만난 사람들끼리 목소리로 이렇게 연결이 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이 시대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도 참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구나.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상담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라는 생각을 조금 하기도 했다. 상담은 치료가 아닌 웰빙이라고 말하던 동료 선생님의 말에 나도 꽤 공감하고 있었는데, 웰빙을 위한 상담을 받을 만큼 어느 정도 기능적인 내담자라면 굳이 상담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거지. 물론 상담에서 상담자-내담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깊이 있는 관계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지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런 방식의 social networking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 않나.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각자의 목소리가 가진 질감과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이곳에서는 그대로 전달이 되니, 게다가 유튜브나 팟캐스트와 같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이 가능한 환경이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공간인지.


새벽 두 시까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다, 신기하고 따뜻한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우리가 대화한 시간과 내용은 기록으로 남길 수 없지만, 글로는 꼭 남겨두고 싶어서. 새삼스레 사람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려 노력하고, 그 방식은 참 많이 변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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