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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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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g May 23. 2019

MBC 스페셜이 물었다, 유행사회 '모두 안녕하신가요'

-MBC 스페셜 <유행음식, 우리가 열광했던 그때 그 맛>이 건네는 안부

푹신한 흔들의자, 바삭한 식빵과 달달한 생크림의 콜라보, 오색찬란한 과일빙수. 2000년대 중후반 중고등학교를 다녔다면 기억할 장소가 있다. 카페 '캔모아' 얘기다. 그 시절의 우리들은 방과 후를 캔모아와 함께 했다. 시험을 잘 봤다면 그날은 캔모아 빙수를 친구들에게 쏘는 날이다. 나만의 추억은 아니다. 그때의 '유행'이 그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그때의 캔모아를 추억하는 게시글이 화제가 되곤 했다. 


이제와 10년도 더 된 그 시절을 떠올리는 건 왜일까. 아마도 행복했던 우리들이 그리워서인지 모른다. 유행은 추억을 남겼고, 그 추억엔 행복의 순간이 박제돼 있다. 


유행에 살고 유행에 죽는 사회. 그 속엔 유행을 따르는 ‘우리들’이 있다. 유행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우리들은 어떤 마음일까. <MBC 스페셜>은 유행음식을 소환하며 우리들을 불러왔다. 지난 5월 13일 방영된 <유행음식, 우리가 열광했던 그때 그 맛> 편은 지금 안녕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안부를 묻고 있었다.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밥 먹었니’ 안부 인사는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잘 먹는 게 곧 잘 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데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 먹는 것만큼 당장 중한 건 없다. 그러니 <MBC 스페셜>이 유행음식을 찾아가는 여정은 일종의 안부인사인 셈이다. 유행음식과 함께했던 이들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지금의 안녕을 묻는 것이다. 유행음식의 소비자와 판매자로 연결된 우리들의 현재를 비추면서 말이다. 


안녕하지 못하다

대부분은 안녕하지 못하다. 유행이란 본디 사그라지는 것이기에 유행음식을 팔았던 이들도, 즐겼던 이들도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대왕 카스텔라는 3년 전쯤 유행하다 자취를 감췄다. 카스텔라를 팔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전국에 남은 가게가 5곳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힘들었을 날들이 그려진다. 카스텔라를 좋아했던 이는 그 안에 담긴 아버지와의 추억을 찾지 못해 아쉬워했다. 

수많은 것들이 유행하다 사라지길 반복할 때, 남는 건 안녕하지 못한 우리들의 현재다. 지금까지 남은 한 대왕 카스텔라 가게는 유행이 사라져 갈 때 고통을 견디며 버텼다고 했다. 어렵게 대왕 카스텔라를 찾은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제야 찾았다며 웃어 보였다. 그들이 앞으로도 안녕할지 장담하긴 어렵다. 


안녕하지 않다

유행이 계속되는 건 ‘안녕하지 않아서’다. ‘소확행, 가성비’ 등 유행음식을 정의하는 키워드들이 말해준다. 당장 눈앞에 확실한 것에 행복하고, 낸 돈에 비해 돌아오는 게 크게 느껴진다. 무한리필 조개구이집이 그랬고, 원하는 만큼 토스트를 리필할 수 있는 카페 캔모아도 마찬가지다. 지금 바로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행복이 유행음식을 찾게 만들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생에서 유행음식 없인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포만감을 주는 음식으로 고단한 삶이 깎아먹는 행복을 벌충한다. 내 돈으로 행복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 유행사회에 안녕은 멀기만 하다.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유행사회가 이어지는 한 유행에 울고 웃는 우리들은 계속 생겨난다. 어떤 이는 허한 마음을 유행음식으로 달래고, 누군가는 성공을 꿈꾸며 유행 흐름에 뛰어들 것이다. 유행이 유행에 그치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답은 내리기 어렵다. 유행이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왕 카스텔라는 한 방송 프로그램이 식용유 사용을 문제 삼으면서 갑작스럽게 위기를 맞았고, 5년 전 유행했던 슈니발렌은 뚜렷한 이유 없이 반짝 떴다가 사라졌다. 

유행사회, 안녕하지 못한 우리들은 서로의 안녕을 보지 못하고 있다. <MBC스페셜>이 건네는 안부 인사가 의미 있었던 건 이 지점에서다. 유행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안부를 물으며 공감하게 만들었다. 유행을 좇았던 이들 모두 행복을 바란다는 점에서 서로 다를 게 없었다.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이번 여정의 가이드였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함께 캔모아를 찾아 나선 20대에게 말했다. 유행에 울고 웃는 모두에게 전하는 말 같았다. 고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응원. 유행사회를 당장 어떻게 할 순 없다. 유행사회를 벗어나자는 것도 아니다. 유행사회 그 속에서 서로 안녕한지 살펴보자는 것. 안부 인사를 건넨 이유가 아니었을까. 모두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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