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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살기 Apr 24. 2023

안녕히 주무세요.

할머니.

지난달에 갑자기 위독해지셨다는 말을 듣고 집에 다녀왔다.

바쁜 시기였지만 이번에 뵙지 않으면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보고 웃으셨다.


'왔나...'

'응, 할머니. 나왔어.'


할머니는 오 남매를 낳으셨고, 그중 첫째 딸이 우리 엄마다.

나는 첫 손주라는 것과 그 당시 남자아이라는 것이 합쳐져 많은 이쁨을 받고 자랐다.

지금도 나는 친가보다는 외가에 더 정이 간다. 솔직히 그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친가도 나를 이뻐하고 아껴주셨지만, 집안의 공기와 분위기는 나에게 편안함보다는 긴장감을 주었다. 

첫 손주, 그리고 장손이라는 위치는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런 부담이 없는 외갓집에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수능을 여러 번 보면서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다시 공부를 한다고 고시반 생활을 하면서 할머니는 걱정이 많아지셨다고 했다.

중간에 엄마를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나를 미워하신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세무사 시험을 합격하고, 내려가서 인사드릴 때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잘 될 줄 알았다. 고생했다.'


그렇게 서운함 보다는 애틋함이 큰 첫 손주가 아프다고 내려왔는데 음식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일어나서 동그랑땡 만들어 달라고 말씀을 드리자, 면회시간이 끝났다고 했다.

이게 할머니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인사를 드리고, 할머니를 한참 쳐다보았다.

사진 속 할머니는 왔냐고 하시면서 웃으시는 것 같았다. 

참 신기하게 내가 어디로 가도 쳐다보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 기분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생들도 느끼고 있었다.


'오빠, 할머니가 나 쳐다보는 거 같아.'

'오, 나도 그런데. 아마 계속 보시고 기억하시려고 그러시는 게 아닐까?'


장례식장에는 슬픔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조금은 특이한 분위기가 있었다.

곁을 떠나셔서 슬픈 마음과 이제는 편하게 쉬실 수 있다는 편안함.


하지만 문득문득 차 오르는 슬픔과 눈물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슬픔은 발인 때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화장터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

장례식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화장이라는 방식은 참 슬프고, 힘들다.

물론, 매장도 힘들겠지만 저 뜨거운 곳에서 1시간 동안 계신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려온다.


그렇게 작아진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댁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다들 지쳐 피곤한 모습이지만, 마지막으로 모시는 길이라 그런지 잠들지 않고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안고 방과 거실,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무르신 부엌을 돌고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에 모셨다. 그리고 남은 절차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르니, 다시 한번 눈물이 올라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데 참 힘들고, 복잡하다.


할머니, 이제 푹 쉬시고 할아버지 만나면 저희 다 잘 있다고 전해주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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