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잘 모르겠다.
농어촌특별전형.
나는 시골에서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도시로 유학온 전형적인 촌놈이다.
대학도 한 번에 자리잡지 못하고, 웃기지도 않은 취향과 성격을 핑계 삼아 세 번만에 정착을 했다.
그 대학도 농어촌특별전형이라는 좋은 카드를 가지고 운 좋게 입학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수학선생님이 하고 싶었다.
이 사실은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지만, 부모님께서 늘 말씀해 주셨기에 그렇게 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첫 대학을 자연과학부로 입학했고(한 학기를 채 다니지도 못하고 자퇴를 하긴 했지만),
두 번째 대학은 사범대학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이 학교는 한 학기를 마치고 자퇴를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많은 이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겠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이런 일들을 겪었지만 내가 느낀 건 전혀 없었다. 부모님에게 미안함도 잠시였고, 나 스스로를 돌이켜 보지도 않았다.
그게 여느 평범한 20대의 철없는 삶이 아닌가 싶다.
간혹,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지금은 이걸 해야 한다, 저걸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웃긴 건 그들도 그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물론,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해온 사람이 있겠으나, 극히 소수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30대 40대가 되어서야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마치 20대부터 깨우친 사람처럼 가르치려고 든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참 다행인 건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감사한 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 못 살고 있나 자책하고 고민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 스스로가 깨닫기 전에는 말이다.
강의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바로 이런 것들이다.
학문적인 내용을 잘 전달하면 되지, 굳이 그 외의 개인적인 철학이나 가치관을 전달하지 않는 것 말이다.
개개인의 사정이 다른데, 나만이 경험하고 걸어온 길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기준을 잡아준다는 것이 참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항상 강의 중에 나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마지막에 참고만 하라고 수차례 경고 아닌 경고를 한다.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0이 되어서도 여전히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많다.
하물며, 20대는 오죽할까.
20대의 나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만나보고,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 당장의 돈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본인을 키울 시기야.‘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