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eme mocha Jun 05. 2017

로마 그리고 나

이태리 여행 - 다시 너에게로

나의 유럽여행의 첫 목적지는 이태리였다. 유럽여행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리는 이태리를 먼저 갔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고 (유럽의 매력에 빠져 그 뒤에 삼 년 동안 내리 유럽여행만 했었고) 불운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이태리에 모든 것이 있다 보니 그 어디를 가도 감동이 이태리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로마를 찾았을 때에도 로마는 변함없이 '로마'였다. 여행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시간이 금이라며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콜로세움부터 포룸 로마눔, 바티칸 박물관 바티칸 성당, 하모 교황님을 볼 수 있는 티켓까지 미리 다 예약을 했었다. 아무것도 준비를 안 하고 갔던 첫 번째 이태리 여행 때 비하면 만발의 준비를 한 샘이다 (하지만 첫 번째 여행할 때는 5박 6일였기 때문에 준비를 안 해가도 될 만큼 시간적으로 매우 여유가 있었다).  




민중의 광장, 포폴로 광장

 숙소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스페인 광장까지 산책을 가기로 했다. (숙소는 바티칸 성당 바로 앞에 위치해있었다.) 겨울 여행 때도 도착한 첫날 짐을 내려두고 바티칸에서부터 스페인 광장까지 걸어갔었다 (아! 데자뷰). 이번에도 가는 길에 포폴로 광장을 먼저 만났다. 민중의 광장이라는 뜻을 가진 포폴로 광장은 핀초 언덕과 테베레 강 사이에 있고 남쪽에는 쌍둥이 성당 산타 마리아 인 몬테 산토와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 콜리가 북쪽에는 포폴로 문이 나란히 서있다. 다른 로마 광장들에 비하면 조금은 평범한 포폴로 광장의 한 가지의 특징이라면 광장 한가운데에는 아우구스 투수 황제가 이집트 정복 후 가져온 높은 방첨탑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한산했던 겨울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활동적인 광장의 모습이었다. 확실히 여름이라 해도 길고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저녁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북적이고 있었다.



로마에서 제일 로맨틱한 그곳, 스페인 광장
스페인 광장
보수공사 전의 스페인 광장


다시 발걸음을 스페인 광장 쪽으로 옮겼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장소로 유명해진 스페인 광장은 나에게는 로마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장소였다. 스페인 광장에서 트리니타 데이몬 티 교회로 이어지는 137개의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에 앉아 콘도티 거리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던 것이 나에게는 왜 그리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던 건지... 스페인 광장은 거의 리노베이션 공사가 다된 상태였다. 오래된 빛바랜 계단들이 스페인 광장의 매력이라 생각했었는데, 칸막이 유리 사이로 보이는 하얗진 새 계단들을 보고 있자니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특별한 추억 속 모습과는 다른 스페인 계단이 그냥 어색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사람은 익숙한 것이 바뀌는 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호의적이진 못한 것 같다) 광장 앞 중앙에 있는 항해 중에 뒤집힌 배를 형상화한 '난파선의 분수'가 내 뒤집어진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며 중얼거리며 그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5유로씩 주고 비싸디 비싼 젤라또를 사들고는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로마의 웅장함, 콜로세움

2번째 날은 콜로세움에서 시작했다. 8시 30분 입장을 예약했기 때문에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예약은 콜로세움 공식 웹페이지  http://etickets.coopculture.it/index.php/en/component/snapp/?view=event&id=c1f4480e-9f88-41fe-bd39-1c2283ff1af9  에서  콜로세움과 오디오 가이드 포룸 로마눔 (Ingresso intero+audioguida+prenotazione) 입장을 할 수 있는 티켓을 일인당 19유로에 구입했다.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사면 그냥 예약 입장권 줄 보다 입장이 바로 가능하다 들어 이 티켓을 구입했는데, 아침 8시 30분 제일 이른 시간을 예약하면 많이 안기다려도 되기 때문에 오디오 티켓을 구하지 않고 입장권만 더 싼 가격에 구입해도 된다). 지난겨울에 왔었을 때는 오디오 가이드도 빌려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만 가이드가 꽤나 지루했던 걸로 기억해 이번에는 빌리지 않고 둘러보고만 나오기로 했다.


콜로세움은 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로마를 대표하는 고대 최고 규모의 원형경기장으로 고대 행정의 중심지였던 카피 톨리아 언덕과 필라틴 언덕 사이의 포룸 로마눔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콜로세움은 검투사들의 경기 및 맹수들과의 싸움으로 국민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취지 아래 공포심을 주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콜로세움 관중석에서 아래 경기장을 내려다보니 어릴 적에 본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장면이 떠올랐다. 끝까지 살아남아 자기 가족을 죽인 황제를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던 막시무스  그의 모습을 보고 흥분한 관중들... 많은 살인에 (맹수와 싸우던 전투사들 외에도 기독교인들의 사형장으로도 쓰였기 때문에) 피범벅이었던 이 경기장 아래를 투어 할 수 있는 패캐 지는 그다지 내키지 않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콜로세움의 웅장함을 다 느꼈다고 생각할 만큼에 시간이 지나 포룸 로마눔으로 가기 위해 출구를 나갈 때 지난겨울에 보았던 검은 고양이를 마주쳤다 (안녕 또 보내!) 조금 하고 귀여운 아가였던 검은색 고양는 어느새 늠름한 재규어 같은 고양이가 되어있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로마였는데, 커져버린 고양이를 보니 시간은 가긴 갔나 보다.



로마인의 광장, 포룸 로마눔
세베루스의 개선문 (Arch of septimius SEverus)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의 포룸 로마눔은 발렌티노 언덕과 카피 톨리아 언덕 사이에 위치해있다. 콜로세움에서 나와 언덕을 따라 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포룸 로마눔 입구가 나오게 된다 (포룸 로마눔은 총 3개의 입구가 있는데, 포룸 로마눔 중간에 위치한 입구는 공사 중이라 닫혀있었고, 콜로세움을 먼저 관광했다면 언덕길을 따라 남쪽 입구로 입장하는 것이 좋다). 고대 로마의 경제, 행정, 정치의 중심지로서 로마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에 영향을 미쳤던 2500년 로마제국 역사의 시작 지점이었다. 로마제국의 심장부 같은 역할을 했던 이곳은 지금은 그저 부서진 돌덩이 건물들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전에 가상 지도를 보고 가면 그 흔적만으로도 활기 넘치고 역동적이었던 고대 로마 사람들 삶을 느낄 수가 있다. 포룸 로마눔 가로질르는 '신성한 길'이란 뜻을 가진 사크라가 길을 따라 사투르누스, 베스타, 카스토르와 폴룩스 신전들을 지나 제일 북쪽에 있는 출구를 통해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갔다.




캄피돌리오 광장



캄피돌리오 광장 입구에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의 조각상이 서있고 그 뒤에는 세나토 리오 궁과 왼쪽과 오른쪽에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콘세르 바토 리궁과 누오보 궁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를 밑쪽으로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코르도나타 계단이 있는데, 위로 갈수록 계단의 폭을 넓게 만들어 착시현상으로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건 단지 착시현상일 뿐 (지난 여행에서는 계단 밑에서 시작하여 캄피돌리오 광장에 갔었는데) 정말 경사가 굉장히 가파르고 길어서 다리 힘이 풀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었다 (조금 육체노동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콜로세움 - 포룸 로마눔- 캄피돌리오 광장 -코르도나타 계단 - 의 루트를 적극 추천합니다). 지난 여행과는 다르게 코르도나타 계단을 여유롭게 내려가 다음 도착지인 비토리오 엠마뉴엘 2세 통일기념관이 있는 카피톨리아노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피톨리아노 언덕 아래 로마
입구에서 테라스로 가는  계단

베네치아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카피톨리아노 언덕 위에 세워진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은 1870년 이탈리아를 통일한 국왕 비토리오 엠마뉴엘 2세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기념관 중앙에는 비토리아노의기마상과 세계 1차 대전에 전사한 무명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비가 올 때도 꺼지지 않는다). 기념관의 거대한 계단들을 따라 올라가면 통일박물관과 테라스와 이어져있다. 테라스 올라서면 베네치아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포켓몬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라 핸드폰만 보면서 걸어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흔히 보였다. 내 동생도 그 들중 한 명이었다. 동생이 자기 포켓몬이 통일기념관을 점령했다며 좋아하고 있을 때 아빠와 나는 앉아 휴식을 취했다. 로마는 확실히 겨울보다는 여름에 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하늘도 맑고 분위기도 밝아서 '로마' 스러움이 배가 되는 거 같기 때문에.




진실의 입
진실의 입을 보러가는길에 다시 만난 포룸 로마눔
멀리 보이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진실의 입


원래 계획대로라면 바로 트레비 분수를 보러 갔어야 했다. 하지만 '진실의 입' (La Bocca della Verità) 인증샷을 원한다는 한국에 있던 엄마의 의뢰를 성취시키기 위해 콜로세움 근처로 다시 가기로 했다. 진실의 입은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의 한쪽 벽면을 장식한 지름 1.5m의 동그란 모양의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담은 조각이다. 원래는 하수도 뚜껑으로 사용이 되었다가 중세기에 사람을 심문할 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려도 될 것을 서약하게 한 데서 유래했다. 진실의 입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곳과 어중간히 먼 곳에 애매하게 떨어져 있는 위치도 그렇고 또 실제로 보려면 입장료는 내야 하며, 입장 줄 또한 굉장히 길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이 돈이다라는 생각 아래, 철창 사이로 진실의 입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로마의 명소인 트레비 분수를 보러 가기로 했다.  





트레비 분수의 두 개의 동전을 던졌다  
로마에 다시 오고 싶어서,
평생의 인연과 함께.


트레비 분수가는길의 유럽풍의 골목들
보수공사 이후의 트레비 분수 모습
빛바랜 보수공사 전의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의 현실




트레비 분수는 로마에 현존하는 높이 25.9m 너비 19.8m 의 가장 큰 규모의 분수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트레비 분수는 애워쌓여있는 수많은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스페인 광장보다도 더 매호적이고 로맨틱했을 장소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사람이 없는 트레비 분수는 마주치기 힘들 것 같다) 트레비 분수에는 "세 개의 동전"이란 전설이 있는데 두 개의 버전이 있다. 우선 두 개의 버전 다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오른손에 동전을 들고 왼쪽 어깨 넘겨서 던지는 건 같다. 던지는 동전의 개수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첫 번째 버전은 동전을 한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평생의 인연을 만날 수 있고, 세 번을 던지면 이혼을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버전은, 동전을 한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평생의 인연을 만날 수 있고, 세 번을 던지면 결혼을 하게된된다는것이다. 나는 지난겨울 여행 때 한 개의 동전을 던졌다. 이렇게 금방 다시 로마에 오게 된 것도 어쩌면 그때 던젔던 하나의 동전이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두 개의 동전을 던졌다. (로마에 다시 오고 싶어서, 평생의 인연과 함께.)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매일 3000 유로 정도의 동전이 바닥에 쌓이는데 2016년 한 해 동안 수거한 동전은 무려 140 만 유로 (17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고 한다. 이 동전들을 훔치기위해 많은 전문 도둑들이 괜히 시도를 하는게 아니였다. 엄청난 인파로 트레비 분수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젤라토 하나씩을 사들고 다음 장소인 판테온으로  이동했다. (날씨 로보면 여름에 오는 것이 좋은데 기다림이나 인파를 보면 차라리 겨울에 오는 것이 났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신을 위한 신전 판테온


판테온은 저번 여행 때는 가보지 못했었고 바닥의 복제품만 바티칸 박물관에서 봤었다.  '모든 신을 위한 신전' 만신전이라는 뜻의 판테온은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로마의 신들을 모시는 신전으로 사용되었다. ‘모든(pan)’과 ‘신(theon)’을 합친 말이다. 높이 43.2m 에 돔 구조의 천장에는 지름 9m의 구멍이 뚫려있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내려오는 빛이 벽에 장식되어 있는 제우스, 아폴로, 아프로디테를 포함한 신전 7개를 비춘다. 하지만 엄청난 관광객 숫자에 구경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에 휩쓸려 다니다가 다시 휩쓸려 나오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가상 사진으로 판테온 안을 보니 나 같은 관광객들의 그곳의 분위기와 위상을 180도 다르게 바꾸어 놀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한가한 비성수기 때 훨씬 싼 가격에 느긋하게 모든 곳을 결험하고 싶지만, 모든 사람 (전 세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 이 방학일 때 (직장인들이) 휴가철일 때 갈 수밖에 없는 나는 그저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위안을 삼는다)



나보나광장
피우미 분수
넵튠 분수
모로분수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나보나 광장! 테베레 강과 코르소 거리 사이에 위치해있으며 고대 로마 시대 때는 황제 도미 이누 경기장이 있던 곳이다. 광장을 둘러쌓고 있는 건물들이 경기장 관중석 계단이 있던 곳이다. 스포츠 경기장으로 이용되다가 파괴되어 중세기 동안은 대중들에게 오락거리는 제공하는 축제 행사장 되었다. 광장에는 세 개의 바로크 형식의 분수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분수는 광장 가운데 자리 잡은 '4대 강 피우미 분수' (Fontana dei Quattro Fiumi)이다. 분수의 키포인트는 네 개의 강 (나일 강, 갠지스 강, 다뉴브 강, 라플라타 강)을 상징하는 네 명의 조각상이다. 나보나 광장 양쪽에 위치한 넵튠 분수와 모로 분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로마에서 2일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5박 6일의 여행으로 로마의 많은 것을 봤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로마에서의 2박 3일은 나에게 지난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로마의 매력을 선사해주었다. (어둡고 시크했던 로마가 이렇게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곳이었을 줄이야!!) 이래서 로마에서 머무는 기간이 한 달이 여도 늘 새롭다고 얘기하는가 보다.  로마에 다시 오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기를.


 



 

 로마에 다시 오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산토리니, 별과 하늘을 닮은 빛에 씻긴 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