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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목 Feb 02. 2022

월급도, 주식도 안 오르고 이자만 오른다고?

에디터 레터_ 21년 09월 06일 

오프닝

경제를 활성화할 수만 있다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겠다.

I'd throw dollars out of helicopers if I had to, to stimulate the economy.

-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에디터 레터

은행이 우리 돈을 안전하게 맡아주는데, 오히려 은행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이자를 줍니다. 좀 이상하죠? KB와 농협, 하나와 신한 은행 등 시중 은행의 수익 구조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이들 은행은 어떤 이유로든 ‘돈 맡기면 떼일 일 없는 조직’이란 신용을 얻어 온 기관입니다. 그 덕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믿고 맡기죠. 은행은 이렇게 모은 돈을 다시 이 사람 저 사람, 이 회사, 저 회사에 빌려주며 투자합니다. 물론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한텐 예금 금리 1%로 이자를 내고, 자신은 돈을 대출 금리 1.5%에 빌려주는 식으로 차익을 남깁니다. 싸게 빌려와서 비싸게 빌려준다(예대 차익). 은행의 수익 구조입니다.


은행도 예금으로 모아 온 ‘모든’ 돈을 대출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현금 금고를 텅텅 비울 정도로 여기저기 돈을 다 빌려주면, 정작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달라고 할 때 바로 돌려줄 잔고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든 나라는 법으로 정해 놓습니다. ‘야 은행! 네가 예금인한테 100만 원을 맡아왔으면 적어도 15만 원은 너 금고에 넣어두고 나머지 85만 원만 돌려!’ 하는 식. 이 쿠션을 ‘법정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운이 없게도 지급준비금 15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사람들이 뽑아가려고 하는 날이 있을 수도 있겠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야 돈 줘’라고 했는데, 돈을 못 주는 것을 채무 불이행, 혹은 부도라고 합니다. 시중 은행이 까닥 돈을 잘못 굴렸다가는 만기일 딱 하루(심지어 몇 시간!)를 못 맞춰 부도를 내고 영업정지를 먹을 수 있는데, 뭔가 억울합니다. ‘아니 일반인들도 급전 필요할 때는 대출을 받는데, 정작 은행인 우리는 단 몇 시간도 돈을 못 빌려서 부도 내고 영업 정지해야 하는 건가? 우린 은행도 없어? 너무 가혹한데?’


‘은행들의 은행’, 즉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국가가 은행 돈벌이를 도와야 하나?’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은행의 영업이 한 국가의 경제에선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잠시 눈을 감고 제가 오늘 은행에 맡긴 5만 원권 한 장이 앞으로 거쳐갈 손들을 떠올려보세요. 은행은 그 돈을 기업에 투자합니다. 기업의 공장 건설은 누군가에겐 다시 고용과 소득이 되고, 소득은 다시 소비가 되며 ‘이번 달도 월급 잘 들어온 덕에 저녁거리 사간다’란 안정감을 만들어 냅니다. 이처럼 시중은행은 개인의 ‘미뤄진 소비’인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며 한 나라의 돈을 순환시킵니다. 그 거대한 혈액 순환에서 은행은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은행들의 부도는 국가경제의 ‘심정지’나 다름없는 사태입니다. 한국은행의 역할 중 하나는 최종대부자로서 이 심정지를 막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에게 하룻밤 사이 잠깐 빌려주는 돈 (overnight loan)도 공짜로 빌려줄 순 없습니다. 이자가 있죠. 이를 ‘기준 금리’라고 합니다.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이나 예금자로부터 싸게 빌려서 가계와 기업에 비싸게 빌려줘야 하는데, 기준금리에 빌려와서 기준금리보다 싸게 빌려주면 역마진이 납니다. 자선 행위가 되어버리죠. 그래서 좀 거칠게 말해, 기준 금리는 시중 금리(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최저 하한과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가 기준 금리와 관련된 첫 번째 설명이었습니다. 이제부터 폴라리스는 기준 금리 설정을 비롯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처음 배워 나갈 때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구나!’ 놀라웠습니다. 제가 느낀 놀라움을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 솔직히 저도 어렵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2021.09.06.

에디터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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