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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han AHN Jun 08. 2017

차별화의 척도는 새로움이 아니다

차별화는 소비자가 판단한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선두주자 세그웨이, 세계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 G5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혁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의 에디슨이라 불리는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이 발명한 세그웨이는 고유의 Balancing System을 탑재해 이용자의 균형을 잡아주고 무게 중심의 이동에 따라 동작하는 새로운 모빌리티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세그웨이를 보고 PC 개발 이래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사업을 제안했고,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세그웨이를 “혁명적인 제품”이라 부르며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죠. 한편, 초콜렛폰 신화를 써 내려간 LG 조준호 사장의 야심작 G5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모듈이라는 기능을 접목했습니다. 모듈을 교체함으로써 스마트폰의 용도와 성능에 변화를 주고 이를 통한 사용의 즐거움을 강조한 G5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초, 기술력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이 두 제품의 혁신성에 대해서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껏 어깨를 편 채 세그웨이를 타시는 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두 제품이 지니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둘 다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극찬을 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세그웨이는 출시 이후 6년 동안 겨우 3만 개가 팔렸으며 회사는 10년이 지나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Time 지는 가장 실패한 10대 기술에 세그웨이를 넣기도 했죠. 한편 LG전자는 G5의 부진 여파로 16년 4분기 353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정확한 요인들은 복합적이겠지만 G5 관련 구조조정으로 스마트폰 사업부의 영업적자가 큰 원인이 되었단 분석이 주를 이루며, G6에서는 모듈형을 채택하지 않으면서 LG전자 스스로도 모듈형 스마트폰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두 제품 다 나름의 의미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분명 혁신적인 제품임에도 왜 실패했을까요? 그 이유는 조금 허무할 수도 있지만 제품의 기술적 혁신이 정작 소비자에게는 혁신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그웨이의 경우는 너무 비쌌습니다. 일반용으로 나온 세그웨이는 2002년 당시 개 당 3,000달러 정도 했다고 합니다. 세그웨이가 평균속도 시속 13km로 최대 6시간까지 다닐 수 있고, 탑승자 무게중심 이동을 1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하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소비자에게는 너무 비싸 결국 자전거만 못한 부자들의 장난감 정도로 전락했습니다. G5의 경우 G5가 말하는 즐거움을 소비자들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모듈형이라는 기술은 대단했지만 모듈을 교체하면 전원이 꺼져 재시작을 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고, 모듈 교체로 인한 기능의 상승은 와 닿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모듈은 따로 구매를 해야만 했는데 이것의 가격이 저렴한 것은 10만 원, 가장 비싼 것은 30만 원 가까이하며 자유롭게 여러 가지 모듈을 교체하며 사용하기까지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모듈형 스마트폰에 불만을 표하고 외면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샤오미 세그웨이 같은 저렴한 제품과 렌탈 서비스의 등장으로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화를 달성하고자 할 때 기술, 제품 혁신을 외치며 새로운 무언가만을 찾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제품,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사실 마케팅에서는 차별성이 존재한다라는 말을 단지 새로움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차별화를 영어로는 Differentiation이라고 하는데 조금만 더 찾아보면 앞에 단어가 하나 더 붙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Competitive,‘경쟁력 있는’이란 단어입니다. CompetitiveDifferentiation, 직역을 해보면 경쟁력 있는 차별화라는 이 개념은 차별화의 경쟁력을 결코 기술의 혁신, 시장의 최초와 같은 것으로만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그 경쟁력의 근원을 소비자의 인식에 두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혁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차별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차별적이지만 정작 소비자에겐 전혀 차별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별화는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이고, 소비자가 차별적으로 느낄 때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타겟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제품이 이들의 Needs 혹은 Wants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며, 가격이나 사용 환경 등의 여러 요소가 충분한 반응을 이끌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론 그들이 우리의 차별적 특성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소비자는 우리의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물론 제품의 차별화 실패를 ‘소비자에게 전혀 차별적이지 않았다’라고 단편적으로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 형태를 시장이나 소비자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발생하곤 합니다. 햇반은 1990년 대에 출시되었을 당시 ‘대체 밥을 누가 사서 먹냐’는 핀잔을 들었으나 맞벌이, 1인 가구의 형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2000년 대에 이르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케아의 경우 1950년 대 유럽에서 시작할 당시에는 ‘가구는 물려주는 재산’이란 당시 유럽인들의 인식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으나, 당시 기성세대의 인식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등장으로 인해 수요가 발생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시장이 제품의 차별성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않았거나, 제도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제품의 차별성이 시장에서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이든 이에 따른 전략을 수립해야만 합니다. 햇반은 1990년 대에 시장 상황을 보고 잠시 투자를 중지했다가 수요 요건이 갖춰진 2000년 대에 다시 시장 공략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며 출시 시기에 대한 전략을 재수립 했습니다. 이케아는 초창기부터 소비자들에게 가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공격적인 광고 전략을 함께 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이 복합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이를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의 판단은 소비자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소비자가 어떤 인식을 갖게 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케아의 초기 광고는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와 카피로 소비자의 기존 인식을 흔들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했다고 국내가 떠들썩합니다. 여러 매체에선 오늘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등장했다고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VR 백화점, 사물인터넷 가전제품, 스마트카, 딥 러닝이 탑재된 스마트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 순간. 정말 새롭고 신기한데 저걸 어디다 쓰나 싶은 제품 혹은 서비스. 여러분은 본 적 없으신가요? 그럼에도 트렌드라며 무작정 따르기만 하진 않으셨는지요. 과연 이런 모든 제품과 기능이 소비자에겐 의미있게 다가오는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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