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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넛 Sep 15. 2024

결핍과 결여의 활용




한가위 연휴를 제대로 즐기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와 다른 사람들의 연휴 풍경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집을 나왔다.

미디어가 아닌 오감으로 체험하기 위한 나들이?

가을이라 이름 붙이기엔 다소 무리인 더운 날이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갑고

도로에는 차들이 즐비해서 규정속도를 위반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다른 차 안에 몇 명이 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로 위에 있기는 그들이나 나나 같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내가 지루하면 그들도 지루하다는

이상한 논리가 적용될까?



내가 선택한 시관과 타인들의 선택은 무엇이 다를까?

극명하게 다른 점은 하나다,

혼자 즐기는가 아니면 모여서 즐기는가였다.


연휴 풍경 스케치를 위한 나의 첫 행선지는

의식주 중의 하나인 <식> 문화를 위한  마트로 향했다. 

마트의 1층은 식당가인데,

빈 의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트롤리 가득 먹거리를 장만한 후 마트를 빠져나오는 줄과

빈 트롤리를 밀고 마트 안으로 들어가는 줄이

엇비슷하게 사람들로 붐볐다. 


그 틈에서 나도 시즌에만 나오는 종류의 음식을 

매대에서 몇 가지 골라 왔다. 

예상했던 것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뻔하고 흔한 풍경이었다.

음식을 집에다 옮겨 놓은 후 이번에는 쇼핑센터로 향했다. 




쇼핑센터 건물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자동차들이 건물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나 역시 주차할 곳을 찾아 두 바퀴를 돌면서 헤매다 

포기하고 그냥 돌아서 나왔다. 

꼭 사야 할 것이 있어서 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풍경 스케치를 위해서 간 것이라

포기가 쉬었다.

직접 가지 않아도 그려지는 풍경일 듯했다.




돈으로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모두 사람들로 붐볐다.

이해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으니.

바쁘게 사는 사람일수록 휴일이 아니면 

돈을 쓸 시간이 없다.


휴일, 휴가는 모두가 돈을 쓰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은 평소와 비교해서 매우 한산했다. 

연휴 기간을 도서관에서 즐기는 일은 우울한 일이었을까?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바다로 아니면 쇼핑센터로 몰려갔다. 

물론 연휴가 아닌 일터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제외한 말이다. 



도서관엘 간 김에 책을 읽다 보니 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늘빛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었나? 

노을이 예쁜 날일 듯해서 통유리창 옆에 앉아서 책을 읽었는데 

밖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결국 오늘, 노을 지는 풍경은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칼처럼 모든 것을, 저미고 지나가지만 

그러면서도 밖에서 구경하는 듯했다. 

택시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그렇게 

멀리 바다 밖에 나가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 하루라도 산다는 일은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영리하다거나 

보통 사람들과 그리 다르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프로일라인 다니엘스가 가르쳐 준 

몇 가지 되지 않는 지식으로 

어떻게 인생을 헤쳐 올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서 발췌




이방인으로 존재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에는 

혼자 대중들 틈에 섞여도 

예민하게 스스로 후벼 파는 고독과 만나지 않았다. 

자기 최면의 승리일 수 있다.



정신세계라는 것은 물질세계와 달리

혼자의 힘으로만 풍요로울 수 있는 영역 아닐까?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이 결여된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아름다움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다.

무엇인가 중심에서부터 번져나가는 것, 

표면을 깨뜨리고 남녀의 차가운 접촉에 설렘을 일으키는 

따뜻한 그 무엇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혹은 여자들끼리의 접촉에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서 발췌




결여나 결핍은 삶의 문제로 느껴진다.

동시에 그 결여와 결핍으로 인해서 꽃 피울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자산 중 하나다.

다만, 결핍이나 결여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에서 멈추면

멈춘 순간부터 <불행>한 감정이 싹튼다.

같은 성질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그런 원리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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