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다섯 ㅣ 2015년 12월 28일
장래희망이 많은 아이였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좋아하는 아이가 새롭게 생겼었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나를 돌이켜보니 좋아하는 것이 없어졌다.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없다.
되고 싶은 나에 대해서는 언젠가부터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나는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원하지 않게 되었다.
되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강요받은 한 해였다.
그래, 이만하면 잘살고 있는 거야
그 정도 하면 됐지 뭘
도전하기보다는 안주하는 한 해였다.
무엇인가를 더 성취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을 놓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요구한 것을 해내느라 나는 그저 시키는 것을 하기에 바빴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인데, 나는 다른 누군가가 조종하는 기계 속 부품 역할에만 충실했다.
나는 참 에너지가 많은 사람인데,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밝고 건강한 사람인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2015년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돌이켜보니
아쉽다.
나는 욕망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