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ㅣ 엑스 마키나 Ex Machina]
완전해진 AI(Artific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 진화 속도가 느린 인간은 자체 개량이 가능한 AI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AI에 대체될 것이다.
-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인류의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은 AI다. 인공지능은 핵무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인간이 디지털 초지능을 위한 생물학적 장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 (Elon Musk)
2014년이 끝나갈 무렵 '반(反)AI' 입장을 갖고 있는 스티븐 호킹과 엘런 머스크가 공식 석상에 나섰다. 그들은 일제히 인공지능에 대해 경고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기술 개발로 AI가 인간을 넘어서게 될 것이고 결국 인간이 AI로 대체되거나 AI에 의해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전세계 과학자와 전문가, 기업인들이 모여 AI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미래의 삶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는 올해 1월 12일 오픈레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AI 연구는 오직 '긍정적인 목표'로만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않은 연구는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2015년 새해 벽두부터 발표된 'AI' 논란에 시의적절하게 개봉한 영화가 있다. '엑스 마키나(Ex Machina)'. SF 스릴러 영화인 '엑스 마키나'는 스릴러 전문 시나리오 작가인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첫 영화다.
영화는 세계 최대 포털사이트인 '블루북'의 프로그래머 '켈럽(돔놀 글리슨)'이 직원 대상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시작한다. 당첨 선물은 바로 블루북의 창업자이자 천재 개발자인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저택에서 일주일간 머무는 것. 협곡이 장엄하게 펼쳐진 첩첩산중의 대자연 속에 비밀 요새처럼 마련된 네이든의 집이 이 영화의 유일한 공간이다.
네이든으로부터 일주일 동안 놀다 갈 것인지,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인지를 제안 받은 켈럽은 호기심에 이끌려 비밀 유지 계약서를 쓰고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다. 켈럽에게 주어진 임무는 네이든이 창조한 AI,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튜링테스트를 실시하는 것. 에이바와 대화를 나누고 에이바에게 자의식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실제 튜링테스트에서는 심판(인간)과 AI가 컴퓨터 채팅으로 대화하여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신은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신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에이바를 만나고 온 켈럽이 경탄하며 네이든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영화의 제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를 줄여서 쓴 라틴어 연극용어다. 해석하자면 '기계장치를 통해 온 신(God from the machine)'이라 할 수 있다.
네이든은 에이바의 몸인 기계장치(신체)를 만들고 그 몸에 신(神, 자의식)을 담아냈다. 여기에 전기 충전을 통해 에너지가 흐르도록 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에이바의 몸은 자동차 그 자체이고 에너지는 기름이다. 그리고 에이바의 자의식은 바로 운전자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의지를 갖고 원하는 곳으로 운전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
이는 뇌교육(Brain Education)의 핵심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는 BOS(Brain Operating System, 뇌운영시스템)가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과 궤를 같이한다. BOS에서 말하는 인간의 몸은 눈에 보이는 육체보다 훨씬 더 확장된 개념이다. 물질적 차원의 육체(Physical Body), 에너지체(Energy Body), 그리고 의식이 담기는 정보체(Spiritual Body)로 구성된다. 눈에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의식, 그리고 그 두 존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뇌' 역시 두개골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장기 이상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육체와 에너지체, 정보체까지 세 가지 차원의 몸이 곧 '확장된 뇌'로 활동하는 것을 인간이라고 본다.
또한 '엑스 마키나'에서 말하는 '신(神)'은 종교적인 차원의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창조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뇌교육의 기반이 되는 뇌철학에서는 인간의 뇌에는 창조주의 속성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에이바는 그림을 그리고 켈럽, 네이든과 치열한 두뇌게임까지 벌인다. 창조성이 얼마나 발휘된 것인지는 수치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기존에 우리가 봐온 영화 속 그 어느 AI보다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등장한다. 이는 에이바가 진짜 인격과 감정, 즉 자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켈럽과 그녀를 만들어낸 네이든 사이를 교묘하게 분열시키는 과정에서 극대화된다.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하나의 AI가 벌이는 두뇌게임의 과정과 그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위하여 더 이상의 부연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2045년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미국 미래연구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지부 '유엔 미래 포럼'이 펴낸 《유엔 미래 보고서 2045》(박영숙, 교보문고)는 AI의 미래를 이렇게 내다본다. 2060년에는 냉동인간보존술이 완성되고 2100년에는 기계와 인간이 융합된 트렌스휴먼이 보편화된다. 나아가 2130년에는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하고 그 평균 수명은 200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이 그러하다 하더라도 AI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고 내다본 2045년 이후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의도를 무시하는 AI와 같은 슈퍼지능이 등장한다면 AI에 대한 인간의 관리 능력 역시 상실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인간에게 주어진 '창조성' 즉, '신과 같은 성품(神性)'에 주목해본다. 과연 우리는 창조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인간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AI를 활용하는 존재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박물관에 전시된 유인원을 보듯, 미래 어느 시점에 AI가 관람하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