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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Oct 18.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 14

다시 학원 개강

병원 실습을 마무리 하고 개인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 동안 뭔가 실컷 놀 것 같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서울이나 부산으로 듣고 싶은 개인적인 워크샵등을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서서히 간호학원 개강을 기다렸다.

원래 한해에 간호조무사 시험은 두번이 치뤄진다. 3월과 9월이다. 그런데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3월에 치뤄져야 할 시험이 3개월이 지연되어 6월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특수한 경우이다. 

나는 9월 19일 시험 예정자인데 코로나로 인해 또 지연이 될지 아니면 예정대로 치뤄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시간은 또 흘러갔다. 학원 동기들은 차례로 실습을 마쳤고 시간을 내어 만나기도 했다. 각자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마스크는 필수였다. 


드디어 학원 개강!!! 두달 동안 이론 시간을 채워야 한다. 첫날 다시 간호학원에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수업을 6시간을 들으려고 하니 갑자기 적응이 되질 않았다. 방석도 첫날 챙겨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덩이가 아픈 것처럼 느껴진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또 수업을 듣는데 너무나도 졸려서....첫날 강의하시던 선생님이 

" 세헤라자데님 눈이 컸었는데 점점 눈이 줄어드네요 ㅎㅎㅎ 잠시 쉬도록 할게요."아후~~~~챙피해 죽는 줄 알았지만 정말 졸린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간호조무사 시험은 총 4과목이고 총 100문제이다. 기초 간호학 (35문제) 보건 간호학(15문제) 공중 보건학 (20문제) 실기(30문제)이다. 각 과목에서 40점 이상은 맞아야 과락을 면할 수 있고 총 합계 60점 이상은 맞아야 합격이다.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나서는 안된다. 그런 설명을 들으니 갑자기 두려워졌다.정말 머릿속에 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원장님 및 선생님들은 지금부터는 정신 차리고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다. 더 두려워졌다. 

개강한지 일주일이 되었을까. 갑자기 진단평가를 본다는 것이다. 아이쿠.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나도 매우 곤란했다. 뭘 알아야 풀지. 시험지를 받아보았는데 이게 한글이야 뭐야 외계어야 뭐야라는 궁시렁거림이 절로 나왔다. 

하여간 열심히 찍었다. 100문제를 100분을 주고 푸는 것이었다. 정말 100문제를 상식으로 열심히 풀었다. (사실 찍었다) .결과는 50점대가 나왔다. 찍어서 반이라도 나와 기특하다 했는데 원래 시험에서는 60점 이상이 나와야 합격이니까 난 그 점수대면 탈락 점수인 셈이다. 뭐 ...어쩌겠는가... 내 실력대로 나오는 거지 뭐. 한숨이 나왔다. 앞으로 2달 반 시간이 남았으니까 점수 올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학생들도 거의 뭐 나 같은 점수 였다고들 한다. 그래도 솔직히 막막했다.

 원장님이 우리반을 전담하고 2주간 학원에서 나오는 요점정리 책자가 나왔다. 그 요점 정리만 달달 외워도 70점대는 나온다고 했다. 그래 !!! 75점 정도만 나와도 합격이니까 열심히 공부해 보자 . 결심했다. 


솔직히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유를 창조하려고 하니 잘 되질 않았다. 거기다 공부를 해본지도 너무 오래 되어서 ...여러가지 핑계가 많았지만 할 수 없었다. 시험에 떨어질 수는 없으니까. 커피를 마시면서 학원에서만큼은 졸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강의내용은 책에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일단 옮겨적고 필요할 때 외울 셈이었다. 정말 정신을 집중했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한숨 자기도 했다. 왜 그렇게 피곤한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다 올 여름에는 장마기간이 유난히 길었다. 50여일이 넘는 날 동안 장맛비가 내렸다. 비도오고 날씨가 참 꿀꿀했다. 그래도 학원에는 빠지지 않았다. 

7월 초에 학원에서 단체로 간호조무사 시험접수를 했다.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정말 시험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2주동안 요점정리로 쌈빡하게 공부를 하고 그 다음부터는 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했는데 오전에 100문제 오후에 100문제 총 하루에 200문제풀고 채점하고 질의응답하고 그 패턴이 무한 반복되었다. 정말 무한 반복.... 

첫 모의고사를 보자 머리를 쥐어 뜯고 싶었다. 간신히 60점대는 되었는데 이러다간 떨어질 것 같았다. 점수를 더 올려야만 했다. 하도 많이 틀려서 모르는 질문을 물어보는 것도 챙피한 마음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노트 4권을 샀다. 각 과목별 오답정리 노트였다. 집에서 팔이 빠져라 오답 정리를 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족히 3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 시험보기도 전에 팔병이 나서 몸살이 날 것 같았다. 

그 놈의 스트레스... 시험 스트레스... 하루하루 200문제씩 풀기 때문에 하루라도 오답정리가 밀리면 오마이갓! 감당이 안되었다. 

옆의 언니들은 점수가 잘 나오는 것 같은데 나는 ...점수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언제쯤 안정권 점수가 되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까 싶었다. 특히 해부학 문제가 많이 나오면 사정없이 점수가 내려갔다. 

조금 점수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았다가 정신없이 문제 틀리고 나면 풀이 죽어 집으로 갔다.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집에서는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실습도 잘 마무리 했는데 시험에서 떨어지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나도 1년 투자를 하는 만큼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하늘에 맹세컨대 내 인생 통틀어 오답정리 노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 본적은 그때가 처음이였다. 중 고등학교 때 그 정도로 열심히 했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ㅠㅠ

어쨌든 나는 어려워도 슬퍼도 합격해야 했으니까. 계속해서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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