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헤라자데 Aug 12. 2023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8

아~~~ 여름방학이여 ~~~

여름방학이 되면서 토익 학원을 큰맘 먹고 다니기로 했다. 사실 고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종합병원급이나 인공 신장실에서 기술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지도 교수님의 말씀도 한 몫했었다. 만학도들은 3교대 근무를 잘 버티지는 못한다고 했다. 특히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돌보느라면 체력이 방전되어 번아웃까지 바로 온다고 했다. 

그래서 희망사다리 장학금도 받고 있으니까 종합병원급으로 가자. 거기다 인공 신장실에 배치 되면 상근직이니까 더 괜찮지 않을까 등등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전에도 썼듯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최고의 대학병원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만학도가 합격하는 것이 불가능이 아니더라는 것- 한번 토익이란 것도 이 참에 공부해 보자 했었다. 

20년전 배웠던 전공은 문과계열이었고 영문과가 아니었다 . 그래서 거의 20년 동안을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고 지금 42세까지 토익이란 놈을 공식 시험을 본 적도 한번도 없었다면....정말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었던 것인가.


정말 나는 토익이 상대평가라는 것을 학원에 들어와서야 알 정도였고 시험볼때 컴퓨터 싸인펜이 아니라 연필로 마킹을 한다는 것을 알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정말 노베이스란 것이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나란 인간이다. 


일단 7.8월 토익 학원을 결제하고 출석만이라도 열심히 다니자하고 마음을 먹었다. 토익 스타트 반부터 시작을 했다. 누구는 700반부터 시작하라는데 도저히....나는 토익 성적이 발바닥 사이즈보다도 못할 것을 알기에 그냥 기초반으로 들어갔다. 일단 7월은 출석을 다 하고 매주 보는 어휘시험 꼬박꼬박 공부해 오자라는 정도였다. 교재외에도 많은 프린트물이 쏟아졌는데 정말 벅차서 밀리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어휘가 너무 실력도 없어서 지문독해가 거의 안되었고 듣기는 뭐....하도 휘리릭 지나가서 나는 "엥?"하는 순간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결국 7월말 학원에서 특강도 듣고 학원자체 모의 토익 시험도 보았는데 점수는....흠.... 발바닥 사이즈를 넘기는 했지만 목표 600까지 올라가기는 정말 시간이 참 오래 걸리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까마득했다. ㅠㅠ


그래도 8월에 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프린트물이 하루에 7가지씩 정도 쏟아질 정도였고 역시나 헥헥 거렸다. 이 엄청난 공부를 머리에 집어넣으려니 허허허....ㅠㅠ

학원 스터디를 신청해 보았는데. OT때 스터디원들이 모였다. 알고 보니 나 제외하고 다른 조원들은 이미 토익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거의 700전후로 점수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아늬 여기 기초반 스터디모임 아닌가요? 왜 저렇게 점수들이 높은거죠? 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어쩌랴. 고심끝에 스터디하다가 내가 지레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아서 그냥 스터디를 안하기로 했다.


일단 8월말 토익시험은 보기로 결정했다. 누군가에게는 토익 600이 우스운 점수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점수이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다음 3학년 겨울방학때까지 점수를 내보는 수밖엔 없다. 한학기만 더 토익을 빨리 시작해 볼껄 이라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랴. 그래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토익도 공부한 만큼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용기 있게 뛰어들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존버... 그래 존버다.


개강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이 거의 지나가고 있다. 슬슬 실습 병원 오티 공지가 올라오고 있다. 뭔가 이번 방학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악착같이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 인정!!!! 하지만 단기간에 목표점수를 받으려는 것은 나의 욕심이다. 일단 8월달 잘 마무리하고 개강 준비를 해야 한다. 지도 교수님이 자소서도 미리 써 오라고 하셨고 ㅠㅠ. 의학용어와 약물계산 문제 그리고 술기 프로토콜도 여러가지를 외워야 한다. 9월 첫주에 시험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익 학원을 다니면서 나보다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며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총기가 넘치고 눈빛들이 반짝반짝 하다. 그래...나도 그들과 함께 가보는 거다. 같이 뛰어보는 거다. 인생을 새롭게 살아보는 거다.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지레 겁먹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태풍 카눈이 지나갔다. 이제 다시 폭염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3-2학기 시작이다. 

나의 목표는 1등이 아니라 완주이고 내가 설정한 목표치만 달성하면 된다. 그리고 솔직히 감사하다. 이 나이에 이렇게 뭔가를 향해 공부라는 것을 해본다는 것. 무언가에 도전해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으니까. 


정말 나는 내가 간호사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해 보지 못했다. 한번도....정말 단 한번도.... 

그리고 더더욱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내 나이 반토막인 학생들에게 그들에게 많은것을 배운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사회성도 좋지 , 야무지기도 하고 그리고 열정이 넘치고 젊고 어리다. 예쁘기까지 하다.!!!! 때때로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더블로 인생을 살았는데 본보기가 되고 있는가라고 한다면 오우 노우!!!


그들에게 배워간다. 나는 그렇게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 나간다. 마치 나무늘보같지만. 그래도 어쨌든 전진이다. 

작가의 이전글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