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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Aug 20. 2023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9

개강이 두렵다....3-2학기 .....

나는 내가 이렇게 개강을 두고 두려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아직 시간표도 안나왔지만 선배님들이 에타에 올린 글들을 보면 9-6시 시간표가 거의이며 가끔씩은 9-7시도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실습도 두번 이주간 나가야 하며 팀플 과제가 4-5개는 된다고 한다. 거의 죽음이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것이 나로서는 사랑하는 님을 멀리 떠나보내는 여인의 심정이랄까. 너무 사극스럽고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님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다음주면 등록금도 납부해야 하고 수강신청도 해야 하고 실습 병원 오티도 들어야 하고 전체 실습 오티도 참가해야 한다. 딱 2주 남았다. 난 이번 여름방학때 무엇을 한 것일까. 토익학원을 다녔고 매우 성실했던 7월과는 달리 8월에는 중간에 마(?)가 껴서 광복절 전후로 학원을 결석했고 ....아 맞다 태풍 카눈이 왔을 때도 하루 쉬었다. 이게 결석이라는 것이 맛들리면 매우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뭔가 맥이 끊긴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불성실한 불량한 학생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토익은 단기간에 승부가 안 끝날 것 같다. 3학년 겨울방학때까지 기간을 두고 공부하는 수밖에는 없다. 

가끔씩은 내가 왜 간호대에 왔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인데....지나가는 재밌는 소리로 이런 설화도 있다. 고3때 간호대를 갈 것 이냐 말것이냐로 엄마와 함께 점을 보러 간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에게 점사보는 사람이 "응 간호대 아주 좋아. 거기로 가 "그랬다고... 이유를 물어보자 결론인 즉슨 전생에 전장의 장수였다고...많은 사람들이 그 장수의 칼과 창에 쓰러져야 했고 결국 그 업을 풀기 위해 현생에서 간호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인데 하여간 그런 학생도 있었다. 


나? 나는 일단 40대 여성으로서 오래 갈 수 있는 직업을 원했고 되도록이면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간호조무사를 땄고 그 다음에 실습 병원 선생님들께서 간호대를 추천해 주셔서 덜컥 대졸자 전형으로 합격해서 왔다. 와서보니....공부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냥. 정말 치열하다. 물론 설렁설렁한 나도 있지만 실습을 나가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계할 때 뭔소린지 하나도 못알아 들을 정도니.... 한참 내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하구나를 느꼈다.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강심장이 아니다. 극 내향형이며 빠릿빠릿하지도 못한다. 술기 시험볼때도 만점이 없다니.... 정맥주사와 수혈 술기 볼때는 점수 와장창 깎여 나가기 일쑤였고 한동안 트라우마가 지독하게 오래 갔다. 어떡해야 하나. 이대로는 안될 것 같은데..... 나 정말 간호사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천직을 찾았다는 동기들에 비해 나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방학때 토익학원도 다니다가 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책들도 골라서 읽게 되었다. 맹자의 사상을 에세이로 쓴 책은 호연지기를 나도 갖고 싶어서 골랐고 잠재의식의 대가 조셉머피 박사의 책들도 읽었다. 그리고 루이스 헤이의 책들도 읽으면서 나름 중요한 문장들을 다시금 읽어보곤 했다. 쭈구리 같았던 나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했기에 긍정의 힘을 담은 그런 책들을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성당에 매주 나가서 미사 참례도 하고 하느님께 블로그 비밀 일기장에 하느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있는 것들을 하느님께 고백하며 위로와 힘을 얻고 싶었다. 

너무 마음이 힘들때면 그냥 감곡매괴성모님 램프를 켜 놓은 상태에서 멍 때리고 지그시 바라볼 때도 있었다. 

1학기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많은 것이 걱정이 되었다. 바스락거리는 이 멘탈로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감과 긴장으로 다가왔고 4학년이 되면 취업을 하고 그 다음해에는 국시를 보고 간호사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 때가 분명 있다.


다시 6살 때로 돌아가 성격형셩을 다시 할 수도 없고. 다만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전진하는 것이라는 말에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나는 오랫동안 잊었던 것 같다. 지나놓고 보면 나는 많은 것을 누릴 수가 있었는데 ...나는 내 처지가 고단하게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호사로 느껴질 수도 있고... 비교로 해서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간호대에 들어와 많은 것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 일단 사람구실할 수 있는 직업을 얻게 되는 과정이고 죽겠다 죽겠다 곡소리를 내지르지만 어쨌든 3-1학기까지 F가 나오지 않았으며 -정말 해부생리학때 F가 100명정도 나왔다는 소리에 헉!!!!!-장학금도 받고 있고 학교가는 버스도 어찌나 기특한지 집앞엥서 타서 대학 정문에서 내려준다. 극내향형이라 많은 인간관계구축은 못했지만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두명만 만들자 해서 목표달성. 한명은 나랑 동갑 똑순이 울트라 슈퍼 능력자고 한명은 나보다 나이가 좀더 많은 온화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언니이다. 


이 과정을 견디면 좀더 단단해 지리라. 연단의 과정을 거쳐 나는 명검으로 재탄생되겠지. 

다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간호사가 되는 거겠지.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먹지 말고 모든 것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나스스로를 볶지 말자. 내가 멸치볶음이냐 왜 이리 볶아. 

간호사가 되는 과정 쉽지는 않지만 남들도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계속 전진해 보자. 하느님께서 내 앞길에 보물을 숨겨두셨을지 어찌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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