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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누리는 기쁨

by Dahl Lee달리

고등학교 때는 화장실이 여학생들의 수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에 늘 줄을 서야만 했다.

그때 깨달은 나의 습관이 있다.

친구들에 비해 나는 화장실을 매우 빨리 쓰고 나온다는 것.

난 늘 밖에 있는 타인을 신경썼던것 같다.

배려이든지 눈치를 보는것이든지의 이유로.


지금 생각해보면 배설의 기쁨(?)이란게 있는건데 말이지.

아둔한 나는 늘 그만큼의 기쁨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겠다.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면 나올줄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아마 화장실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일테지.


고등학교때 형성된 이 습관은 아직도 내게 들러붙어 있어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는 굉장히 바쁜 사람이 된다.

요새는 일부러라도 천천히 화장실에 머무르는 연습을 한다.

온전한 다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실을 쓰는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지금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착각. 그 속에 숨겨진 작은 즐거움을 포착하는데 좀 더 예민해져야 할 것 같다.

무디면 다 놓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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