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만들어준 세계와의 결별
부모님이 만들어놓은 내 세계는 아직도 엄청나게 공고하다.
어려서부터 한껏 반항기 있는 딸을 연기해도 나는 계속 그 자리인 느낌이다.
그 세계의 한 축은 종교.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박물관 굿즈 중에 부처님 모양의 인형이 있었다.
너무 귀여웠고 사고 싶었지만, 살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절을 연상하는 것들은 기겁하셔서 못해본 것이 많다. 요가나 염주, 불교 교리 공부 등등..
하다못해 동아리에서 경주에서 40일 합숙을 할 때도 불국사를 안 가봤으니..
또 다른 하나는 언어.
부모님은 내가 쓰는 작은 속어에도 끔찍해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고지식한 나는 학창 시절 친구들 사이에도 어떤 욕설도 써본 적이 없다. 속마음에서조차...
나는 언어를 재료로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사람인데, 재료의 큰 부분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웃긴 것은.. 술담배에서는 이상하게 자유로웠던 우리 부모님 덕분인지, 술에도 담배에도 큰 욕망은 없다.
역시 자유롭게 풀어주면 오히려 그것에 대한 갈망이 덜 생기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요새 "몰래" 불교 콘텐츠를 보고(법륜스님 동영상), "신은 죽었다"던 니체를 읽고, 매일 욕을 해본다.
금요철야예배에 오라는 엄마 말도 사뿐히 피곤하다고 거절하기도 한다.
요새는 하도 욕을 했더니 이제 운동하면서 힘들면 반사적으로 욕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에이 씨바..ㄹ!!!!!) 입에서 갑자기 욕이 튀어나온 그 순간, 몹시 당황했지만 웃기고 해방감이 느껴졌다. 아직 구사할 수 있는 욕은 '씨ㅂ'과 '존ㄴ'로 2개지만 점점 더 레퍼토리를 늘여 나가려고 한다.
멀리 가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기까지만 갈 수 있다, 절대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그 지점에서 딱 한 발자국씩만 더 가보고 싶다.